쇼피파이가 ‘UX 디자이너’라는 직무명을 공식적으로 없애고, 단순히 ‘디자이너’로 통합했습니다. ‘콘텐츠 디자이너’ 또한 ‘작가(Writer)’로 변경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디자인 업계에서는 디자인의 정체성과 역할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변화를 주도한 쇼피파이의 CDO(Chief Design Officer 칼 리베라는 X를 통해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UX라는 용어는 디자인을 예술보다는 과학에 가깝게 만들며, 디자이너의 역할을 지나치게 기능 중심으로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AI의 발달로 누구나 쓸모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디자이너는 이제 미학과 취향, 스토리텔링으로 차별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과 변화는 곧바로 커뮤니티의 격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X와 레딧 등에서는 찬반 양측의 의견이 분명히 갈렸습니다.
찬성하는 측은 디자인의 감정적 가치와 창의성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사용 가능’한 수준의 제품은 AI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이제 디자이너는 기억에 남고 정서적으로 울림 있는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UX 휴리스틱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취향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이 더 중요해졌다고 봅니다. 실험과 데이터로 검증된 결과를 좇는 시스템에서는 탁월한 디자인이 탄생하기 어렵고, 디자이너들은 시스템에 묻혀버리기 쉽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반대하는 측은 명확한 역할과 책임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UX 디자이너’라는 명칭은 사용성과 사용자 중심 문제 해결을 명확히 지시하지만, ‘디자이너’라는 포괄적 용어는 무엇을 디자인하는지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AI가 모든 실무를 흡수할 것이라는 전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실제 업무에는 여전히 엄격한 논리와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됩니다. 한 비판자는 “셰프가 식품 위생은 무시하고 ‘잊지 못할 요리’만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일침을 날렸습니다.
일부는 이 변화가 조직 운영상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도 분석합니다. 직무 정의를 단순화하면 인사 교체가 쉬워지고, 연공서열이나 임금 체계와 같은 관리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쟁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디자인이 기능 중심에서 감성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흐름을 상징합니다. 앞으로 이 변화가 다른 기업들과 디자인 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