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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감도
AI가 만든 결과물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해진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높은 감도, 독보적 취향, 안목 같은 표현도 함께 등장합니다. 분명 아무거나 고르는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을 알아보는 사람의 가치는 높습니다. 하지만 취향이 산업 전체의 미래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취향이 큰 힘을 가지려면 사람들이 선망하고 따라 하며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런 힘은 예술, 패션, 음악처럼 상징성과 이미지가 중요한 분야에서 더 크게 작동해왔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생산량과 상관 없이, 선택이 이미 중요한 시장이었습니다.
취향이 일부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일 수는 있어도 모든 디자인의 미래는 아닙니다.

취향이 성공하는 시장
AI 시대의 대량 생산은 소프트웨어입니다. 기존 앱과 플랫폼 시장은 개인 디자이너의 취향보다 시스템, 속도, 편의성, 정확성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없으면 아쉬운 서비스보다 없으면 불편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인은 지금까지 대량 생산품인 소프트웨어를 설계해 대중을 만족시켜왔습니다.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결과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가설과 실험을 통해 과학적인 방식으로 원하는 결과를 내는 설계를 추종했습니다.
만약 개인의 취향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 이미 그런 구조의 기업이 더 많이 등장했어야 합니다. 엔터계의 민희진, 게임계의 김형태처럼 강한 취향을 가진 디렉터의 방향성에 따라 압도적인 성공이 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문제 해결 중심 시장에서는 찾기 어렵습니다. AI로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 기본 원리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을 넘어
디자인의 기초는 고객이 원하는 목적을 더 잘 달성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고, 전체 경험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위한 것을 만드는 이상 이 원리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중요한 역량은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능력만이 아니라, 고객이 마음에 들어 할 것을 정확히 고르는 능력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취향이 강하게 작동하는 시장에서는 그 영향력이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시장은 여전히 원래의 논리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플로깅 앱이나 친환경 소비 앱처럼 문제 해결을 넘어 가치관과 정체성까지 만족시키는 서비스에서는 취향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영역이 아니라면 AI 시대에도 여전히 핵심은 문제 해결력일 것입니다. 두려운 것은 AI 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