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하는 제네럴 AI가 못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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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럴 AI의 틈

모든 거대한 것에는 틈이 생깁니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은 앞으로 더 벌어질 틈을 발견해야 합니다. 제네럴 AI가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흐름은 거의 확정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빅테크가 아닌 회사가 설계해야 할 경험은 무엇일까요? 답은 제네럴 AI가 구조적으로 잘하기 어려운 지점을 찾는 데 있습니다.

제네럴 AI는 강력합니다. 검색하고, 요약하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코드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모든 경험을 잘 설계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도구는 역설적으로 특정 문제에 가장 알맞은 형태를 갖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네럴 AI가 커질수록, 그 주변에는 더 작고 구체적인 프로덕트 기회가 생깁니다.

첫 화면

제네럴 AI는 표현 그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무엇을 물어봐도 답하고, 어떤 일을 시켜도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네럴 AI는 채팅창을 중심에 둡니다. 사용자는 텍스트를 입력하고, AI는 답합니다. 가장 유연하고 범용적인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위한 앱은 첫 화면을 설계하기 어렵습니다. 특정 쇼핑 앱은 상품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여행 앱은 목적지와 일정표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금융 앱은 자산 현황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디자인 툴은 캔버스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반면 제네럴 AI는 사용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입력하기 전까지 구체적인 가치를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첫 번째 틈이 있습니다. 좋은 프로덕트는 사용자가 입력하기 전부터 가치를 전달합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금 무엇을 봐야 하는지,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화면 위에 드러냅니다. 제네럴 AI의 첫 화면이 비어 있는 채팅창에 가까울수록, 특정 문제를 다루는 프로덕트는 더 명확한 첫 장면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선형 대화

채팅은 선형적입니다. 앞에서 말하고, 뒤에서 답합니다. 사용자의 질문과 AI의 응답이 시간 순서대로 쌓입니다. 이 구조는 짧은 질문과 답변, 간단한 요청, 빠른 생성에는 매우 강합니다. 하지만 많은 과업은 선형 대화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비교해야 하는 정보가 있을 때는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봐야 합니다. 시각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작업은 결과물을 나란히 놓고 살펴봐야 합니다. 여러 조건을 바꾸며 조정해야 하는 작업은 대화보다 조작 가능한 구조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중간중간 새로운 판단을 넣어야 하는 작업은 단순한 문답보다 상태를 유지하고 수정하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합니다.

디자인, 영상 편집, 쇼핑, 여행 계획, 금융 관리, 학습, 건강 관리 같은 영역이 그렇습니다. 사용자는 계속 보고, 고르고, 수정하고, 비교합니다. AI가 제안할 수는 있지만, 사용자가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UX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집니다. 채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화면, 흐름, 선택 구조로 바꾸는 일이 프로덕트의 해자가 됩니다.

웹보다 빠른 정보

제네럴 AI는 웹에 쌓인 대량의 정보를 정리하는 데 강합니다. 공개된 정보가 많을수록 더 빠르게 요약하고 연결합니다. 단순 정보 탐색에서는 이미 사람이 직접 검색하는 것보다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중요한 정보가 웹에 충분히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세상의 복합적인 문제 해결과 결과는 웹에 늦게 올라오거나, 아예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산업 안에서만 도는 데이터, 특정 커뮤니티의 행동, 고객과의 반복 접점, 내부 운영 과정에서 생기는 판단, 창작자의 취향과 기준은 쉽게 공개 데이터가 되지 않습니다. 제네럴 AI가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앞으로 차이는 이 지점에서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웹에 퍼진 정보를 잘 정리하는 것보다, 웹에 퍼지기 전의 정보를 얼마나 빨리 구체적으로 다루는지가 중요해집니다. 특정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쌓이는 독점적인 소스, 반복되는 사용자 행동, 실제 결과 데이터는 제네럴 AI 시대에도 강한 자산이 됩니다.

파고들어야 할 틈

디지털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사람은 제네럴 AI가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자본을 들여 내 앱과 비슷한 것을 만들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네럴 AI가 이 기능을 대신 처리하면 우리는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기능 자체는 호출될 수 있습니다. API 뒤로 밀릴 수 있고, 제네럴 AI의 대화 안에서 보이지 않게 처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프로덕트는 기능 목록만으로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순간, 그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좋은 판단 구조를 제공하고, 가장 빠르게 맥락을 쌓는 서비스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네럴 AI는 채팅을 근간으로 합니다. 이 채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 UX 관점의 해자가 생깁니다. 첫 화면에서 바로 가치가 보이는 경험, 선형 대화만으로 풀 수 없는 복합적인 판단 구조, 웹에 퍼지기 전의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 앞으로의 프로덕트 기회는 이 틈에서 나올 것입니다.

박종민
프리랜서에서 유니콘급 스타트업 헤드 오브 디자인까지. 18년 넘게 브랜드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며 임팩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나침반 CEO이자 편집장으로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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