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데스크탑 웹이 종료된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지난 6월 초 무신사는 데스크탑 웹 페이지 서비스를 모바일 웹 서비스와 동일한 형태로 바꾸었습니다. 플랫폼과 상관 없이 경험을 일체화 하기 위해 기존 데스크탑 경험을 모두 제거하고 모바일 화면을 복제했습니다. 모바일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전문관, 커뮤니티, 개인화 추천 등을 데스크탑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뮤니티 커머스를 대표하는 첫 화면의 랭킹과 스냅샷이 사라지고 프로모션 배너와 퀵링크가 배치된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신사는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경험을 위해 일원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신사 앱을 사용하다가 무신사 웹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유용할 수 있어 보이지만 다른 웹을 사용하다가 모바일을 미러링한 웹을 사용할 때는 이음새가 크게 느껴집니다. 마우스로 클릭 하다보면 결국 모바일을 사용하게 되죠. 서비스를 여러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모바일 사용을 유도하는 형태입니다.
일각에서는 회사 관점으로 납득할 만한 선택이라고 평합니다. 매출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능으로 고객을 모으는 것이죠. 거기다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가 생존을 위해 집중한다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업계 1위로 압도적인 영업 이익을 냈던 무신사는 더 부드럽게 전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번 변화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갚지 못하고 파산한 것과 같습니다. 시장에서 비용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고객, 회사, 파트너 등 시장에 참여한 누군가가 비용을 내야 하죠. 회사 내부에서도 다양한 조직이 각자 비용을 짊어집니다. 사람과 시간이 부족해 당장 비용을 낼 수 없게 되면 그 분야에 부채가 쌓이죠.
무신사 데스크탑은 부채의 총집합이었습니다. 수많은 메뉴와 프로모션이 뒤엉켜 정보 구조가 복잡했고 상품을 설명하는 영역은 정보가 차고 넘쳤습니다. 과거에 널리 사용되었던 개발 언어인 PHP는 앱에서 주로 사용하는 Java와 React와 호환이 되지 않아 관리 비용이 날이 갈수록 커졌습니다. 디자인과 개발 부채가 한계에 도달해 파산했고 데스크탑을 사용하던 사용자는 이제 경험을 잃어버렸습니다.
위기의 순간 무엇을 지키느냐에서 회사의 철학과 태도를 알 수 있죠. 무신사는 최근 축제처럼 즐거운 프로모션과 독특한 오프라인 공간 경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플랫폼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했죠. 핵심 가치인 의류의 품질과 배송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품에는 투자가 아쉬운 것 같습니다. 모바일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입니다. 하지만 컬리, X, 인스타그램처럼 모바일 중심 데스크탑 경험을 더 매끄럽게 설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미래에는 어떤 부채가 쌓일까요? 계열사인 29CM 제품 전략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