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AI로 디자인하기

미래 디자인의 방향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습니다. AI를 AI로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AI가 발달할수록 사람의 개입은 줄어들 것입니다. 기계가 정해진 규칙에 맞춰 과업을 수행하고 균일한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할 필요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과업이 완전 자동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의 판단과 개입이 필요한 틈은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인간입니다. 디자인은 결국 인간을 만족시키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죠.

기술이 아무리 완벽하게 과업을 수행하더라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주체는 인간입니다. 인간이 무엇을 편하게 느끼는지, 무엇을 신뢰하는지, 어떤 경험에서 만족을 느끼는지는 AI가 대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필요한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일까요.

먼저 긴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을 역량은 사람이 AI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덕트 설계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모바일을 잘 쓰게 만드는 시대에서, AI를 잘 쓰게 만드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AI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난도가 높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AI를 더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앞으로 꽤 오랫동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AI로 디자인하는 역량입니다.

AI를 이용해 디자인하는 기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변화의 속도는 빨랐지만, 앞으로는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다 보면, 어느 순간 AI가 알아서 더 잘 처리해주는 일이 많아져서 “이걸 배워도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움이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포토샵을 쓰다가 스케치로 넘어가고, 다시 피그마로 넘어왔을 때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전 툴을 잘 이해하고 쓰던 사람은 다음 툴도 더 빠르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도구는 바뀌지만 디자인을 다루는 기본 맥락은 이어집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기술은 계속 바뀌겠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사고방식과 워크플로우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AI가 발전할수록 전체 품질이 함께 높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새로운 정보를 계속 갱신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디자인 나침반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하나는 사람들이 AI를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입니다. 다른 하나는 디자이너가 AI로 더 나은 디자인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직접 연구하고 실험하겠지만, 이 주제에는 아직 누구도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답을 선언하기보다, 함께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변하지 않는 디자인의 본질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동시에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힘도 중요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디자인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면, 앞으로는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도 함께 다루려 합니다.

본질은 긴 호흡으로, 변화는 빠른 호흡으로 전하겠습니다.

박종민
프리랜서에서 유니콘급 스타트업 헤드 오브 디자인까지. 18년 넘게 브랜드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며 임팩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나침반 CEO이자 편집장으로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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