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나침반은 서울을 기반으로 개인 블로그에서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20년 가까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스타트업 씬에서 1인 디자이너로 시작해,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Head of Design까지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비즈니스와 사용자에게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지 연구했고, 배움을 꾸준히 기록해왔습니다.
지금은 좋은 디자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구하고 그 방법을 사람들과 나누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성취와 불안
험난한 디자인의 가치 증명
디자인 나침반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자인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 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길은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디자인을 깊이 있게 연구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콘텐츠보다 더 나은 내용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조사와 고민이 필요합니다.
시장 자체가 작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디자인 나침반은 주로 한국을 중심으로 운영해왔습니다. 전체 디자이너의 수가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콘텐츠를 찾아 읽으며 적극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은 더 적습니다.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필요한 노력에 비해 이를 필요로 하는 시장의 크기는 제한적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미래가 선명하지 않습니다. UX를 잘 설계하는 것만으로 프로덕트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고, AI의 등장으로 디자이너의 역할과 필요한 역량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이 중요해질지, 지금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예측되지 않는 끝없는 불안함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나침반은 꾸준히 성장했고 독보적인 디자인 채널로 자리 잡았습니다. 콘텐츠만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바라봤던 목표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더 큰 성장이 필요했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성장은 마음먹은 대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점점 완만해지는 성장 곡선을 보며 불안감이 커졌고, 설상가상으로 여러 악재까지 겹치면서 일부 지표는 오히려 역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점점 단기적인 숫자로 향했습니다. 매월 순이익을 지키고, 리텐션을 유지하는 데 온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두근거리지 않는 목표
충족되지 않는 마음
지표를 움직이기 위해 여러 액션을 실행했습니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해왔던 방식이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지표를 정하고, 효과가 있을 만한 액션을 빠르게 실행했습니다. 익숙하고 잘하는 방식이었고, 실제로 지표도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오래 지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일이 힘들어서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뛰어난 결과가 나와도 그 끝에서 제가 꿈꾸던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숫자는 좋아지고 있었지만 내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점점 알 수 없게 됐습니다.
10년 뒤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했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먼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10배 더 잘하게 된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상상해봤습니다. 내가 속한 시장에서 가장 앞선 플레이어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비슷한 구조를 가졌던 과거의 산업이 결국 어디로 향했는지도 들여다봤습니다.
그렇게 살펴보니 지금의 방식으로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누구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신기술을 과장해 판매하거나, 디자인을 넘어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도 두근거리지 않았습니다. 그 길의 끝에 제가 만들고 싶은 미래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진짜 목표를 향해
그렇다면 전략을 바꿔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좇을 수도 없었습니다. 자아만 따라가는 사업은 시장과 멀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의 두근거림만 바라보는 대신, 시장과 문제, 고객을 다시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는 이미 검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디자인 나침반을 운영하며 사람들이 실제로 비용을 지불할 만큼 중요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다시 찾기보다, 이 문제를 필요로 하는 고객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다음 과제였습니다.
그렇게 지금 나를 가로 막는 관성이 무엇일지 돌아봤습니다. 언어의 한계가 나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같은 문제를 고민하는 전 세계의 디자이너를 위한 공간으로 확장하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모든 디자이너를 위해
더 나은 것을 만드려는 의지
그래서 국적을 넘어 전 세계의 디자이너와 소통하기로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해외의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았던 때였고, 국경을 넘어 공유되는 지식은 제게 중요한 배움의 통로였습니다.
특히 프로덕트 디자인은 처음부터 국적의 경계를 비교적 쉽게 넘어섰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했을 때 모두가 비슷하게 낯설어했고, 그만큼 겪는 문제도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 살든 풀어야 할 문제와 해결하는 방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프로덕트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불편을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을 초월한 공감
문화는 더 이상 지역과 국적만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게이머, 팬덤, 특정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처럼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아도 같은 관심과 감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연결되고 있습니다. 디자인 역시 기능과 효율을 넘어 취향과 문화, 정체성과 공감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술의 발전으로 언어의 장벽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디자이너와 전문가가 지식을 나누고, 뛰어난 창의성과 탁월한 역량이 이전보다 훨씬 쉽게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디자인 임팩트를 키우는 플랫폼
디자인 나침반은 이 흐름 속에서 더 많은 연결을 만들려 합니다. 좋은 디자인을 세계에 소개하고, 세계 곳곳의 뛰어난 디자인과 기술을 연결하겠습니다. 국적과 언어를 넘어 디자인이 더 큰 임팩트를 내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담는 공간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서울에서 ❤️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