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텔의 장난감 바비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 ‘바비(Barbie)’가 개봉했습니다.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던 ‘바비’가 현실 세계로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켄’과 함께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프란시스 하’를 만든 그레타 거윅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첫 주말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 3억 3,700만 달러 (약 4300억 원)을 벌여들였다고 합니다. 스토리보다 컨셉이 주인공이라는 평도 있는데 그 정도로 바비의 컨셉을 표현한 비주얼 디자인이 환상적입니다.
👁️ 디자이너의 눈
바비는 인상적인 기울어진 필기체 로고로 유명합니다. 휘갈겨 쓴 듯한 서체에서 굵고 각진 서체까지 손으로 쓴 듯한 느낌을 유지했습니다. 통통 튀는 느낌을 주기 위해 서체의 높낮이나 각도를 변형해 표현했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영화의 로고는 1975년부터 1991년까지 사용한 바비 로고와 비슷합니다. 플라스틱 같은 광택과 The Movie라는 단어가 추가됐습니다. 큰 그림자가 영화적인 공간감을 강조합니다. 관객들의 19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본문은 살짝 변형된 아방가르드 서체를 사용했습니다. ITC Avant Garde Gothic을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분홍색 페인트를 다 써버렸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바비 세트장은 ‘핑크’로 가득합니다. 아니 그냥 묘사가 아니라 실제로 페인트 회사 Rosco의 핑크 페인트를 모두 썼다고 하네요.
세상에서 보기 힘든 배색과 질감으로 환상의 세상을 표현하고 실제 공간과 소품의 디테일을 집요하게 살려 어설프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분홍색을 베이스로 하늘색, 노란색을 강조 색으로 사용해 눈이 즐겁습니다. 플라스틱 세상의 반짝거림이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됩니다. 환상의 세계와 실제 세상의 대비되는 표현도 인상적입니다. 바비와 켄이 세상에 등장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 같네요.
📕 에디터 노트
마치 미셸 공드리나 웨스 엔더슨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강렬한 컨셉을 끝까지 밀어붙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알 수 있는 영화네요. 애니메이션이나 IP를 실사화할 때 너무 실사화되거나 너무 극화되어 이도저도 아니게 될 경우가 많은데 이번 바비 영화는 시각화 관점에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줬습니다. 숏폼 시대에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를 잘 드러낸 사례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