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그들 각자의 좋음

아기자기한 작은 공간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가까운 이자카야에 들어갔습니다. 꼬치 구이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원래 간을 못 먹었는데 ‘아 이게 간이구나!’ 라며 번쩍 정신 차릴만큼 요리가 훌륭했습니다. 맥주도 먹어보니 사람들이 왜 일본 맥주 노래를 부르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실내에서 흡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숙소였던 시모키타자와 근처에 적당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좋았습니다.

시모키타자와 거리
시모키타자와 거리
시모키타자와 거리
시모키타자와 거리
串房酔゛ @시모키타자와

시모키타자와는 일본의 홍대라고 볼 수 있는 작은 동네입니다. 골목 곳곳에 가득한 작고 개성적인 가게가 있어 발견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 지하 공연장에서 음악이 들려오는 것이 홍대 클럽 빵 근처를 지나가는 것 같았네요.

머물렀던 숙소는 전형적인 형태였습니다. 화장실과 욕조가 나눠져 있고 욕조에는 급속 온수기가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일본은 주로 긴 여름을 대비하고 겨울은 잠깐 참고 지나가면 된다는 의식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방보다 냉방을 더 신경 쓴다고 하네요.

일본은 현관에서 거실이 바로 보이지 않고 복도를 통해 각 방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복도가 굉장히 좁고 천장이 낮습니다. 일본은 주로 긴 여름을 대비하고 겨울은 잠깐 참고 지나가면 된다는 의식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방보다 냉방을 더 신경 쓴다고 하네요.

숙소 침실
정말 작은 욕실과 온수기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자에 있는 수많은 상점들의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된 디스플레이가 놀라웠습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조형물의 퀄리티가 높았습니다. 특히 고급 브랜드들만의 건물의 외장을 꾸민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중에서는 구찌의 귀여운 고양이가 가장 기억에 남았네요.

백화점 시즌 행사 그래픽
악세사리 가게 디스플레이
신발 가게 디스플레이
긴자 지하철에 있던 포스터
긴자 그래픽 갤러리
아오야마 거리에서 발견한 교회의 내부
크롬하츠의 디스플레이
디올 디스플레이
백화점 디스플레이
지하철 역 디스플레이 중 하나
긴자의 얇고 높은 건물들
긴자 거리의 불가리 매장
구찌 오스테리아
일본을 대표하는 거대 미디어 도호의 고질라 스태츄

건물의 외장 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의 감도도 높다고 느꼈습니다. 제품을 많이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느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어떤 하나의 스타일이 유행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전하려는 메시지와 컨셉 자체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히가시야 긴자
히가시야 긴자
히가시야 긴자
백화점 디스플레이
백화점 디스플레이
백화점 디스플레이
부티크 샵 인테리어

오래된 자동차가 많은 것도 신기했습니다. 옛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택시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긴자 거리를 돌아다니는 8~90년대 스포츠카도 자주 보였습니다. 심지어 어떤 시계 가게에서는 자주 방문해 많이 익숙한 것으로 보이는 노신사가 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옛 스포츠카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멋진 올드 스포츠카
어느 집에 주차된 올드 카
일본하면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아이돌, 정치가 한 자리에

여유로운 동네 생활

로컬의 힘이 강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났던 곳은 시모키타자와였습니다. 최근 시모키타자와는 크게 변했습니다. 지상에 있던 지하철을 지하로 옮기면서 변화가 시잣되었습니다. 지하철 회사 오다큐는 빌딩을 높게 세우는 대신 마을에 어울리는 공간을 설계합니다. 그렇게 선로 마을 프로젝트로 Bonus track, reload, (tefu) loung 3개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시모키타자와 골목
시모키타자와 거리
시모키타자와 거리

시모키타자와 지역에 뿌리 내린 사람, 가게, 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근간으로 프랜차이즈가 없는 리로드, 매 달 로컬 이벤트를 여는 보너스 트랙, 크라운딩 펀딩으로 설계 비용을 부담했던 미니 씨어터 K2가 있는 테라후 라운지 등 개성 넘치는 컨셉을 지녔습니다.

reload

리로드에는 70년 역사의 교토 ‘오가와 커피’ 2호점, 유럽에서 공수한 문구와 소품이 가득한 ‘데스크 라보’, 아포테케 프라그란스의 플래그십까지 다양한 가게가 모였습니다. 길게 뻗은 구조로 길을 걷듯이 산책할 수 있습니다. 리로드의 끝 자락에는 요즘 인기 있는 머스타드 호텔이 있습니다. 1층 사이드웍 커피와 레코드 샵 재지 스포트의 팝업 스토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APFR 아포테케 프라그란스
세카이 클래스
머스타드 호텔

보너스 트랙에는 참여형 공간으로 음식점, 잡화점, 주거 병설 점포를 중심으로 코워킹 스페이스, 공유 주방 등 함께 문화를 만드는 공간입니다. 일본의 오래된 전통 주거 양식으로 여러 세대가 나란히 이어져 외벽을 공유하는 나가야 형식을 빌렸다고 합니다. 2층에는 1층 상점 주인이 삽니다. 직주일치를 추구해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니라 삶의 터전임을 강조했습니다.

보너스 트랙
보너스 트랙
보너스 트랙

발효 음식을 파는 Hakko, 사케, 맥주와 주먹밥 등 아키타현의 가벼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Andon, 독특하고 희귀한 레코드를 파는 Pianola Records, 맥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작은 서점 B&B 등 매력적인 가게가 가득합니다.

B&B 보너스 트랙
B&B 보너스 트랙

테후 라운지의 시모키타자와 인근 지역에서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더 풍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리의 라운지’를 목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테후는 나비의 옛 표기라고 합니다. 나비 효과처럼 사회에 영향을 미치자는 의미라고 하네요. 1층에는 유기농 식품 매장 BIO-RAL, 파리의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Belleville 로스터리가 있습니다. 2층에는 카페와 시간제 미팅 공간, 영화관이 있고 2층에는 오피스가 있습니다. 4층에는 탁 트인 테라스와 연결된 주방이 있습니다.

테후 라운지
시모키타자와 역 근처 로컬 이벤트

나만의 좋음을 따라서

도쿄에서는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는 모습이 삶 전체에 녹아있었습니다. 작은 공예품을 만들 때도 극단적으로 단순하거나 극단적으로 디테일합니다. 공간을 꾸밀 때도 자기만의 컨셉을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거대한 도시 계획은 보통 이익을 따를 수 밖에 없을텐데 동네 주민 중심으로 설계된 공간이 있기도 했습니다. 극단적으로 성장과 속도를 미덕으로 삼는 한국 스타트업 일원으로서 이런 관점이 부러웠습니다.

타인을 내 삶의 범주에 들이는 것보다 타인이 있는 공간에 방문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단골 가게에 들러 술집 주인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이죠. 다양한 로컬 이벤트가 활성화되어 사람들이 교차하는 공간이 생길 수 있는 것은 일본의 적당한 개인주의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간 관계력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지 않을지.

파르코뮤지엄
백화점 잡화 디스플레이
역시 강렬한 패션
역시 강렬한 패션2
길에서 발견한 귀여운 모객 간판
플래시 같은 그래픽
전설의 유희왕 듀얼장
숨막히는 듀얼
멋진 노부부
수많은 종이 디자인
고스 로리풍 딸과 아버지
극도로 발달한 편의점 음식

최고의 스팟 TOP 5

reload, bonus track, (tefu) lounge

도쿄의 지금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곳. 자본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도쿄만의 라이프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시모키타자와 역을 중심으로 길게 뻗어 있는 3 스팟 모두 꼭 방문해보세요.

reload

bonus track

(tefu) lounge

긴자 그래픽 갤러리

도쿄의 미감을 단번에 살펴볼 수 있는 갤러리. 어렵지 않은 주제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크기가 크지 않아도 일본 디자이너와 작가들의 작품을 쉽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주제와 구성이 자주 바뀌니 새로운 발견을 할 기회도 많습니다.

うつわのみせ大文字

오랜 시간 돌아다니며 간신히 마음에 드는 그릇을 만날 수 있었던 작고 아담한 가게. 단단하고 퀄리티 있는 멋진 작품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산 그릇은 평생 간직할 예정.

Katsuyoshi

최고의 돈까스 집. 20년 넘게 운영한 곳으로 변함 없는 맛으로 유명합니다. 바삭한 튀김 옷과 부드럽고 육즙 가득한 고기가 환상적입니다. 역사가 느껴지는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더불어 차분한 느낌으로 식사할 수 있습니다.

HIGASHIYA GINZA

일본식 차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일본식 과자류를 전문으로 판매합니다. 애프터눈 티 세트를 주문하면 부담 없는 량으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점원이 차를 따라주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입니다. 현대적인 일본 인테리어도 멋진 공간

비슷한 글

최근 글

이스탄불, 달콤하고 섬세한 보석의 도시

*대지진으로 상처 받은 튀르키예가 하루 빨리 회복하길 기원합니다.

이스탄불에는 늦은 밤에 도착했습니다. 밤이 깊었는데도 좁고 가파른 길 곳곳의 가게에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하우스를 트는 클럽 근처에는 정말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사람 수에 비해서는 참 얌전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탁심 광장
탁심 광장
탁심 광장

미처 생각치 못했던 것은 고양이가 정말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리 곳곳을 고양이들이 지나다녔고 가게 앞에는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물과 사료가 곳곳에 있었습니다. 친절한 사람들을 기억하는지 누구한테나 친근하게 다가갔습니다.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께 환상적인 도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딜가나 고양이
어딜가나 고양이

다른 곳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환상적인 디저트가 많았습니다. 바클라바는 페이스트리 타입으로 견과류가 들어간 디저트인데 피스타치오 바클라바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터키쉬 딜라이트라고 부르는 캐러멜 타입의 떡 같은 로쿰도 맛있었습니다. 아침 식사에 나오는 카이막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습니다. 꿀이 너무 맛있어서 잔뜩 사왔습니다.

카이막
디저트 세트

톱카프 궁전, 오스만 제국의 심장

톱카프라는 말은 터키어로 ‘대포의 문’이라는 뜻으로 해협 쪽에 대포가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오스만 제국 때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이주할 때까지 술탄이 거주하는 곳이었습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며 다른 유럽 궁전과 다르게 낮고 크지 않은 것이 특이합니다.

톱카프 궁전 입구
18세기 투르크 로코코 정자
왕좌
내부 장식
내부 장식

특히 사람들이 잔뜩 몰리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줄이 길어 한참을 기다려야 방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리고 했습니다. 이 방의 이름은 성물관으로 무함마드의 수염과 이빨, 그가 들었던 군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번 본 사람이 다시 줄을 서서 볼 정도였습니다.

전시관
제 4 중정
제 4 중정
제 4 중정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가 있습니다. 어부에게 숟가락 3개를 주고 받았다고 해서 얻은 별칭이라고 합니다. 무려 86캐럿의 다이아몬드를 49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장식합니다. 금화 8만개를 녹여 만들었다는 세계 최대 3.3kg의 에메랄드가 박힌 톱카프의 단검도 있습니다. 정말 세상의 모든 보석은 다 모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세의 지팡이, 다윗의 칼 등 놀라운 유물들도 있습니다.

숟가락 상인의 다이아몬드
톱카프의 단검

돌마바흐체, 물 위의 궁전

돌마바흐체 궁전은 보스포루스 해협의 연안에 동로마제국 시절 작은 항구 지역을 메워 지은 술탄의 별장입니다. ‘돌마바흐체’라는 이름은 ‘가득 찬 정원’이라는 뜻입니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티프로 만든 궁전으로 유럽식 개혁을 꿈꾸던 압둘메지트 1세가 만들었습니다. 유럽에서 주문한 가구와 샹들리에, 다양한 나라에서 보낸 선물로 가득합니다. 보석의 나라답게 14톤의 금과 40톤의 은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돌마바흐체 입구
돌마바흐체 내부
돌마바흐체 내부
돌마바흐체 내 목욕탕
돌마바흐체 크리스탈 샹들리에
돌마바흐체 크리스탈 샹들리에 계단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36m 높이의 천장과 56개의 장식 기둥이 있는 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보헤미안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압도적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로 줬다고 했으나 대금을 지불하고 구매한 것이라고 합니다. 무려 4.5톤 무게에 750개 전구로 장식되어 있다고 합니다.

돌마바흐체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야 소피아, 성스러운 지혜

이스탄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물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비잔틴 양식 성당입니다. 정교회의 총 본산이었다가 오스만 제국의 마호메트 2세가 모스크로 바꾸었습니다. 이후 세속 주의 정책을 펼친 튀르키예의 아타튀르크의 지시로 박물관이 되었다가 최근 다시 모스크가 되었습니다.

아야 소피아
아야 소피아
아야 소피아

로마, 동로마 제국, 오스만 제국, 튀르키예 등 주인이 계속 바뀌고 수많은 파괴와 위기를 겪었습니다. 폭동 때 화재를 겪기도 하고 십자군에게 약탈 당하기도 했습니다.가톨릭에서 이슬람으로 변하면서 내부의 모든 예수, 마리아, 성자를 묘사한 벽화, 모자이크, 장식물이 철거되기도 했습니다.

아야 소피아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 시대만의 이야기가 담긴 새로움이 추가되었고 1483년간 한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렇게 아야 소피아는 시대를 초월하는 원초적 아름다움으로 인류 모두의 기억이자 유산이 되었습니다.

아야 소피아

거대한 원판은 이슬람에서 가장 큰 서예 원판이라고 합니다. 직경 7.5m로 19세기 압뒬메지트 1세 때 서예가 카자스케르 무스타파 이제트 에펜디가 도안한 원판이라고 합니다. 8명의 이름이 젹혀 있으며 알라, 무함마드, 알라와 무함마드의 후손, 정통 칼리파들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달콤하고 섬세한 보석의 도시

이스탄불은 다양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핏 가톨릭과 이슬람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스탄불의 다양한 건축물과 문화를 보면 마치 원래 그랬던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길가에 있는 황금 장식

이스탄불만의 그래픽은 세밀하게 반복되는 아라베스크와 자유롭게 그린 서예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라베스크는 동식물을 모티브로 모스크를 장식하는 기하학적 문양입니다. 이슬람은 알라와의 교감이 핵심으로 나머지는 방해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슬람 사원에는 시선을 집중시키는 오브젝트가 없습니다. 질서, 평화, 안정으로 대표되는 신과 그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사용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히 반복되는 질서정연한 패턴을 사용했구나 생각했습니다.

톱카프 궁전 옥좌 장식
톱카프 궁전 실내 장식

그림을 금기시하기 떄문에 서예가 발달했는데 그림이라고 인식하지만 쿠란을 쓸 때 사용한 아랍 문자는 신성하니 문자로 그린 그림은 우상 숭배가 아니라는 논리로 허용된다고 합니다. 성스러운 코란을 필사하기 위해 캘리그래피에 정성을 쏟았다고 합니다.

내부 장식과 타이포그래피
아랍식 서예

빈틈없이 가득 채우면서 눈이 피로하지 않는 섬세한 텍스쳐와 글로 그리는 그림은 다양한 그래픽에서 독특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큰 영감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고의 스팟 TOP 5

아야 소피아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축물. 동서양이 만나는 지점에 기독교와 이슬람이 결합되어 탄생한 장엄한 건축물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정치, 사회적인 사건을 다 겪은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되면서 현재도 논란 속에 있는 공간.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이야기가 건축물로 구현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톱카프 궁전

이스탄불만의 표현이 가장 많이 담겨있는 곳입니다. 다른 멋진 공간도 많지만 시대와 민족, 종교의 특성이 가장 많이 반영된 디테일한 완성도가 높은 최고의 건물입니다. 다른 지역의 궁전과 다른 특징 뿐만 아니라 책에서나 보았던 인물들의 흔적들을 직접 본다는 것이 떨리는 경험이었습니다. 더불어 이슬람 중심의 튀르키예는 정말 화려한 보석의 나라라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MUUTTO

가격도 저렴하고 매니저도 친절한 아시아 지구에 있는 최고의 맛집. 애피타이저 플레이트를 주문하면 5가지 종류 후무스를 맛볼 수 있습니다. 소고기 랩, 팔라펠 랩 등 다양한 랩을 제공하는데 완벽하게 익혀진 랩과 신선한 재료의 조화가 환상적입니다.

VAN KAHVALTI EVI

터키 현지식 아침식사 ‘카흐발트’를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카이막 맛집입니다. 아침 식사 메뉴와 함께 먹는 카이막은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입니다. 야채가 신선하고 물소젓 치즈에 꿀을 발라 빵이랑 함께 먹는 것도 달콤합니다.

  • 주소: Kılıçali Paşa, Defterdar Ykş. 52/A, 34425 Beyoğlu/İstanbul
  • 인스타그램: 링크

TOMTOM KEBAP

이것이 진정한 직화 꼬치. 거대한 크기의 꼬치를 숯불에 바로 구워줍니다. 적절한 양념에 잘 구어진 야채와 고기가 맛있습니다. 영어를 하는 매니저가 거대한 그릴에서 신선한 재료를 굽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 주소: Firuzağa, Yeni Çarşı Cd. 39 A, 34425 Beyoğlu/İstanbul
  • 인스타그램: 링크

비슷한 글

최근 글

바르셀로나, 위대한 예술가들의 거대한 캔버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때 화창한 햇살과 정돈된 거리가 쾌적했습니다. 아름다운 요트가 서 있는 바르셀로네타에서 지중해의 바람을 맞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먹었던 빠에야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좁은 골목에 아기자기한 많은 가게가 모여있어서 좋았습니다. 노틀담의 배경이었던 오래된 건물이 현대와 뒤엉켜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어 신기했습니다.

바르셀로네타

중세 시대 건물에 여러 건물이 증축되어 과거와 현재가 아예 중첩되어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좁은 골목 곳곳에는 감각적인 가게가 많이 숨어있었습니다. 문이 열린 바에는 까탈루냐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곳도 있었고 독특한 그래픽 노블을 판매하는 서점, 타투에 기반한 그래픽 패션 가게 등이 모여있었습니다.

고딕 지구
시가지

위대한 건축가들의 모데르니스모

19세기 후반 산업 혁명 시기에 다양한 나라에서 모더니즘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프랑스는 아르누보, 이탈리아는 리버티, 스페인은 모데르니스모라는 예술, 문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 운동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카탈루냐 지방 고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운동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가우디, 도메네크와 같은 위대한 건축가가 자연을 모티브로 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설계했습니다.

카사 바뜨요
카탈루냐 음악당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세계의 유산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설계했습니다. 예술가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 큰 꿈을 꾸고 이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어떤 것이 가능한지 알 수 있는 장엄한 작품입니다. 아쉽게도 가우디가 불운한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완성하지 못 하였지만 그의 뒤를 이어 수많은 건축가가 성당을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성당 자체가 바르셀로나의 역사와 의지를 대표하게 되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사그라다 파밀리아
사그라다 파밀리아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의 또다른 대표작인 카사 바뜨요는 가장 자유로운 건물 중 하나입니다. 뼈의 집 혹은 용의 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마치 동화책의 삽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파도가 치는 바다를 물질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타일이 아름답습니다.

카사 바뜨요
카사 바뜨요
카사 바뜨요
카사 바뜨요
카사 바뜨요
카사 바뜨요
카사 바뜨요

도메네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으로 알려진 산 파우 병원을 만들었습니다. 병원보다 공원에 가까운 편안한 공간입니다. 파세오 센트럴이라 불리는 정원을 중심으로 본관과 8개의 작은 병동으로 나뉘었습니다. 지하 연결 통로를 통해 병동이 연결되어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 다양한 식물이 있고 넓고 쾌적한 실내에는 아름다움이 병을 치유한다는 설계 이념이 잘 녹아 있습니다.

산 파우 병원
산 파우 병원
산 파우 병원
산 파우 병원
산 파우 병원
산 파우 병원
산 파우 병원
산 파우 병원

카탈루냐 음악당은 정교하고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답습니다. 카탈루냐식 모자이크 기법 중 하나인 트랜카디스로 가득한 내부는 아랍식 장식과 아르누보 곡선이 정교하게 결합되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천장 샹들리에는 꿀이 떨어지는 모습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카탈루냐 음악당
카탈루냐 음악당
카탈루냐 음악당
카탈루냐 음악당
카탈루냐 음악당
카탈루냐 음악당

아르누보와 모던

몬 주익 언덕에 있는 카탈루냐 박물관은 장엄한 궁전 같습니다. 만국 박람회 때 사용한 건물을 개조해 1934년 설립했습니다. 피카소는 카탈루냐 미술관을 ‘서양 미술의 근원을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귀한 가르침을 주는 곳’이라 극찬했다고 합니다. 특히 카탈루냐 지방의 예술과 로마네스크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카탈루냐 박물관

파빌리온은 박람회나 전시관에서 참여한 국가가 임시로 사용하는 가건물을 뜻합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1929년 열린 국제 박람회에 참여한 독일을 위한 건물입니다. 1차 대전의 패배 후 다시 일어서기 바이마르 독일의 저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컸습니다. 가건물이기 때문에 철거되었는데 카탈로니아 지역 건축가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1986년에 당시와 똑같이 바로 그 자리에 복원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건축물 뿐만 아니라 국왕을 위해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체어가 전설로 남았습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현대 미술과 스케이드 보드

라발 지구는 이민자들의 구역으로 70여개 국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삽니다. 카탈루냐 광장과 람블라스 거리, 보케리아 시장이 유명합니다. 그 중에서도 백색의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현대 비술관 MACBA 주변이 특히 멋집니다. 미술관 앞 매끄러운 바닥에서 보더들이 자신만의 스킬을 뽐내고 한 쪽 구석에서는 비보이들이 붐박스로 잔뜩 소리를 키워 댄스 배틀을 합니다. 바로 옆 골목을 조금만 들어가면 자신만의 진한 색이 느껴지는 멋진 가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 앞 광장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 앞 광장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 앞 광장
라발 지구 거리
라발 지구 거리
라발 지구 거리

오랜 가지와 새 가지가 뒤엉킨 나무

가우디의 도시라고만 알았는데 더 많은 것이 숨겨진 보석같은 곳이었습니다. 술을 못하다보니 클럽이나 술집은 경험하지 못 했지만 화창한 날씨 아래 잘 정돈된 신 시가지와 엉망진창 섞인 구 시가지의 차이가 매력적이었습니다.

고딕 지구 거리
고딕 지구 도서관 책 반납구
카탈루냐 역사 박물관
바르셀로나 건축 협회 건물

가우디와 도메네크, 아르누보와 모던, 현대 미술과 스케이드 보드. 바르셀로나의 역사는 이전의 것을 밀어내거나 천천히 동화되지 않고, 이질적인 것을 물리적으로 합친 것처럼 엉켜있는 도시였습니다. 다음에는 더 많은 건축가와 그래픽 디자이너를 공부하고 다시 찾고 싶은 도시였습니다.

바르셀로나 거리
바르셀로나 거리
바르셀로나 거리
바르셀로나 거리
바르셀로나 거리

최고의 스팟 TOP 5

사그라다 파밀리아 La Sagrada Familia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물. 크리에이티브의 제한이 사라졌을때 어떤 것이 가능한지 알 수 있습니다. 유럽에는 비슷한 디자인의 성당이 많은데 다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어설프게 모사하면 유치해질 수 있는데 천재와 도시가 합심해 한계까지 밀어 부치면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 수 있습니다.

카탈라냐 음악당 Palau de la Música Catalana

가우디의 스승이자 위대한 건축가인 도메네크의 대표작입니다. 카탈루냐 특유의 모자이크 아트를 듬뿍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통 공연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공연도 하고 있으니 꼭 관람하길 추천합니다.

FATBOTTOM

현대 미술관 근처 거리에 있는 서점. 강렬한 비주얼로 가득한 매력적인 그래픽의 책을 파는 곳입니다. 시중에서 팔지 않는 다양한 독립 출판물도 잔뜩 판매합니다. 싸이키델릭하면서 아방가르드한 작품이 한 가득입니다.

El Xampanyet

1929년부터 운영한 타파스 끝판왕. 맛있는 음식, 활기찬 분위기, 나이스한 직원.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훌륭한 맛이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카바와 엔초비를 꼭 먹길 추천합니다. 특히 엔초비는 꼭!

  • 주소: C/ de Montcada, 22, 08003 Barcelona
  • 인스타그램: 링크

NANA restaurante – brasa // Charcoal Grill

우연히 방문한 현지 식당. 생각보다 맛있어서 깜짝 놀랬었습니다. 바르셀로네타에서 먹는 음식들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여기서 식사하고 바로 건너편 마켓에서 현지 사람들은 어떤걸 사는지 구경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주소: Plaça del Mercat, 20, 08018 baixos, Barcelona
  • 웹사이트: 링크
  • 메뉴: 링크

비슷한 글

최근 글

호치민, 치열한 싸움 이후 물소가 나아가는 길

호치민은 두번째 베트남 여행입니다. 첫번째는 나트랑이었는데 기억에 남은 것이 고급 휴양지와 오토바이 매연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베트남을 경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호치민에서 보았던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건축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는 부부가 각자의 관점과 방식으로 여행을 기록했습니다. 역사, 경제, 정치와 같은 사회 과학적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소피의 호치민 여행기도 함께 살펴보세요!

호치민 여행기 1 – 소피의 베트남 문화와 사람 분석기

탄손누트 공항 입출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랬습니다. 베트남이 남북으로 길기 때문에 비행기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합니다. 국내선은 훨씬 복잡하다는데 국제선은 그나마 한산한 것이라고 하네요. 도심에 공항이 바로 붙어서 이동하기 좋았습니다. 그랩을 이용해서 호치민 곳곳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여행을 하니 살 것 같았습니다. 물론 오토바이 투어할 때는 마스크가 필수였지만.

베트남 교통은 거의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적당히 알아서. 마치 거대한 강물처럼 오토바이와 차가 얽히고 섥혀있습니다. 4차선 끝에서 U턴을 시도하는 것도 봤습니다. 워낙 교통량이 많다보니 다들 20킬로미터 밑으로 서행을 해서 그런지 딱히 큰 사고는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정에도 길가에 사람과 오토바이가 많아서 놀랬습니다. 낮에는 햇살이 뜨거워서 그런지 해가 지고나서 활동해서인가 싶었습니다.

로마자와 성조를 결합한 타이포그래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라틴어 간판이었습니다. 미국 올드 스타일의 붉은색과 푸른색 글자를 사용한 플라스틱 간판이 자주 보였습니다. 세로로 길게 늘여진 타이포그래피가 익숙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베트남의 레트로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세로로 긴 서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프랑스 식민 지배 이전에는 베트남 한자어, 고유 베트남어 문자를 사용했으나 프랑스 식민 지배 이후 베트남어를 로마 글자로 표현하는 끄옥으 Quốc ngữ 를 이용해 표기합니다. 베트남 타이포그래피는 6개나 되는 성조를 표현하는 것이 독특합니다. 성조를 표현하는 기호인 캐럿을 활용한 타이포그래피 스타일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다채로운 자연과 신비한 영감이 담긴 그래픽

베트남을 생각하면 강렬한 붉은 바탕의 노란 별 공산주의 국가 특유의 프로파간다가 바로 떠오릅니다. 이번에 호치민 시내를 둘러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다채롭고 독특한 비엣나미스 Vietnamese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타투 가게에서 발견한 매력적인 도안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한 것 같은 노랑 바탕의 붉은 포인트와 다채로운 표현을 위한 저채도의 핑크와 연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 전체의 인상은 선명한 채도의 열대 우림보다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이었습니다.

카페에 벽면을 장식한 작품

동화적인 구성과 판화적인 질감이 손맛 나는 시각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단색으로 표현할 경우 금속 판이나 벽에 그린듯한 느낌을 줍니다. 종이에 사용되는 그래픽은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질감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구성과 묘사가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고 조금씩 어긋난 형태가 은근한 균형을 이루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매럭적입니다.

베트남 특유의 판화 느낌

모든 것이 사라진 곳에서 새로 만든 모던

호치민에서는 세로로 긴 주택이 많습니다. 오래된 전통 건축물은 가로로 넓은 것이 많은 것으로 보아 전통적인 특징이 아니라 근대 프랑스 식민 시대의 양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과거 프랑스 식민 시절에 주택 세금을 도로에 맞닿은 건물 가로 면적을 기준으로 부과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또 한가지 설로는 사회주의로 인한 결과라고 합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로 국가가 토지를 할당합니다. 소득이 발생하는 땅은 사업자에게 대여하거나 할당했고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땅을 주거용으로 할당했습니다.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땅은 사고 팔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금을 덜 내려고 할당 받은 땅에 최대한 많은 건물을 세우기 위해 좁게 지었습니다. 도로에 닿은 1층 가게가 수익이 좋으니 너도나도 짓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통 아시아권에서는 오래된 종교적 건물과 현대적인 고층 타워에 집중하게 됩니다. 호치민에서는 다른 곳과는 다른 독특한 모더니스트 건축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940년부터 1975년까지 베트남 모더니즘 건축의 황금기로 병원과 호텔 같은 주요 공공 건물이 건축되었습니다.

Nguyen Van Hoa가 설계한 Caravelle 호텔, Tran Dinh Quyen가 설계한 Thong Nhat 병원, 랑프리 드 로마를 수상한 유일한 아시아 건축가 Ngo Viet Thu가 현대적으로 재설계한 독립궁이 유명합니다. 여러 모더니즘 건축물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Lê Văn Lắm의 일반 과학 도서관과 VAR 건물이었습니다.

2중 외피 구조 건축물

그는 직사각형 형태에 단조로운 변화를 주는 것 이상으로 덥고 습한 기후에 알맞는 모더니즘 건축 양식을 제시했습니다. 이중 외피 구조로 얇은 철근 콘크리트로 리듬감 있는 패턴으로 수직과 수평을 교차시켜 마치 패브릭이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2중 외피 구조 건축물
통일궁

임계를 지나는 순간이 기대되는 도시

독립을 위한 프랑스와의 전쟁, 이념으로 인한 미국과의 전쟁, 베트남 통일 이후 중국과의 전쟁. 베트남은 수많은 강자들과 싸워 이긴 강인한 이미지가 가장 강렬했습니다.

베트남 모던 건축의 양식이 녹아든 새 건물

이전에 가졌던 투쟁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호치민은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 가득한 멋진 도시였습니다. 좋은 것을 빠르게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모습이 한국의 서울과 비슷하다던데 어떤 의미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커피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던 공간 Lacaph

강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호치민. 다시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드네요.

도자기 공방

전리품

최고의 스팟 TOP 5

호치민 시립 미술관

호치민 시립 미술관으로 다양한 시대의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전시 작품도 좋았지만 특히 별관에 있는 공예 박물관이 좋았습니다. 오직 베트남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너무 채도가 높고 형태가 화려하지 않으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예품을 잔뜩 만날 수 있습니다.

Chè chuối nướng Võ Văn Tần

바나나 찹쌀떡을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점입니다. 하루에 천개씩 팔리는 엄청난 맛집이라고 합니다. 구운 바나나를 누룽지 쌀떡으로 감싸고 바나나 잎으로 세번 직화해 따듯한 코코넛 우유와 함께 서빙하는 엄청난 디저트입니다. 2번 3번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입니다.

  • 주소: 378 Võ Văn Tần, Phường 5, Quận 3, Thành phố Hồ Chí Minh, 베트남
  • 웹사이트: 링크

라카프 카페 Lacàph Space Sài Gòn | Coffee Experiences

커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잔뜩 느껴지는 멋진 공간입니다. 카페 매니저의 기분 좋은 미소가 커피 맛을 더 좋게 만드는 곳입니다. 사진 작가와 콜래보레이션해 전시를 하고 있으며 위층에는 워크샵 장소도 있습니다. 커피 나무도 키우도 있는 것이 귀여웠습니다. 베트남만의 로부스타 특유의 강렬한 커피와 독특한 맛의 에그 커피를 진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주소: Upstairs, 220 Đ. Nguyễn Công Trứ, Phường Nguyễn Thái Bình, Quận 1, Thành phố Hồ Chí Minh,
  • 웹사이트: https://www.lacaph.com/vi/

Anh의 에어비앤비 Anh’s Airbnb

도착한 날부터 기분 좋았습니다. 방 안을 꾸민 소품 하나하나가 고심해서 골랐을 섬세한 고민이 느껴집니다. 멋지게 꾸며진 실내도 훌륭하지만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욕조가 환상적입니다. 도심에서 가까워서 여행하기에도 산책하기에도 좋은 위치입니다.

라앙 Laang Restaurant

2군에 있는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호치민은 길거리 어느 음식점을 먹어도 맛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곳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신선한 야채을 깔끔하게 조합해 정제된 맛이 훌륭합니다.

  • 주소: 22 Đ. Đặng Hữu Phổ, Thảo Điền, Quận 2, Thành phố Hồ Chí Minh 70000
  • 웹사이트: https://laangsaigon.com/

비슷한 글

최근 글

보르도, 시간을 담은 도시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보르도 Bordeaux로 떠났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보르도가 프랑스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어렴풋이 와인의 도시로만 알았습니다. 보르도는 프랑스 남서쪽에 있는 항구 도시로 도시 모양이 초승달을 닮아 달의 항구 Port de la lune 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스페인 피레네 산맥에서부터 대서양까지 흐르는 가론 강 La Garonne와 우아한 팔레 드 라 부르스 Palais de le Bourse의 물의 거울 Mirroir d’Eau이 유명하죠. 와인을 잘 먹지 못하고 아는 것이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파리 이외의 도시를 경험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도시인 파리와 다르게 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따듯한 햇살을 상상하며 설렜습니다.

보르도 Saint-Jean 역

48년동안 시장이었던 작크 샤방 델마

숙소로 이동하는 트램에서 현지인을 만났는데 왜 보르도에 사냐 물었더니 시크한 파리와 다르게 사람들이 여유로운 미소를 띤다고 했습니다. 보르도는 길이 넓고 담배나 대마 냄새가 없었습니다. 늦은 밤인데도 공원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평화롭게 놀고 있어서 오 안전한데…?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독특한 형태의 보르도 법원 건물
옛 공장을 개조해 만든 복합 문화 공간, 다윈 에코 시스템

첫날은 자전거 투어를 했습니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단체로 진행하는 투어였는데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도시 전체의 윤곽을 빠르게 훑었습니다. 보르도는 로마, 프랑스,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지배를 받았었다고 합니다. 로마 시대 콜로세움과 영국풍 공원, 프랑스 성당 등 세계의 거대한 흐름을 주도했던 프랑스와 영국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국이 지배하던 11세기~13세기까지 포도주, 의류, 밀 등을 수출입 했고 프랑스가 지배한 17~18세기에 식민지인 아프리카, 서인도 제도의 물자와 노예무역으로 큰 항구 도시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상업적 감각이 탁월했던 영국과 최고급 포도를 키울 수 있는 프랑스가 결합되어 전 세계에 최고급 와인을 퍼뜨릴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순금으로 만들어진 탑의 꼭대기
로마 시대 콜로세움의 흔적

프랑스가 타국의 주요 인사와 결혼식을 열 때, 파리는 너무 프랑스 중심이니 살짝 다른 나라에 가까운 보르도에서 결혼식을 연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러모로 보르도는 와인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던 시기에 두 나라의 사이에 독특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인이 태어나는 품, 떼루와

떼루와 Terroir 는 프랑스어로 토양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지리, 기후, 재배법 등 모든 것을 아울러 표현하는 말입니다. 유럽에서는 동일한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도 어떤 자연환경에서 만들고 키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와인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땅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와인 이름에 지역 이름이 붙는 것이죠. 보르도는 바다에 닿은 큰 강인 지롱드 Gironde와 가론 Garonne 강, 도르도뉴 Dordogne을 중심으로 지역을 구분합니다. 강을 기준으로 왼쪽을 좌안 Left bank, 오른쪽을 우안 Right bank이라 부릅니다. 좌안은 북쪽의 메독 Medoc이 유명하고 우안은 생테밀리옹 Saint Emilion이 유명합니다.

와이너리 풍경
와인의 맛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소들
보르도 와인 지역 구분

보르도에서는 9월 초에 한 달 사이 포도를 수확합니다. 설익으면 당분이 낮아 신맛이 강해지고 바디감이 옅어지고, 너무 익으면 당도가 높아 신맛과 향을 잃습니다. 좌안은 바위, 자갈이 많아 배수가 잘되고 온도를 잘 간직해 까베르네 쇼비뇽을 재배하기 좋습니다. 타닌, 알코올, 산도가 높은 장기 숙성할 수 있는 고급 와인을 만들기 좋습니다. 우안은 진흙이 많아 비옥해 토질에 예민한 메를로를 재배하기 좋습니다. 타닌, 알코올, 산도가 낮아 부드러운 와인을 만듭니다. 보르도는 브루고뉴와 다르게 포도 품종을 섞어 와인을 만들며 좌안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메를로 Merlot, 카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 말벡을 섞고 우안은 메를로 기반으로 나머지를 블렌딩하는 편입니다.

엄격한 규칙

와인은 라벨 명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좌우되는데 인증받은 이름을 쓰기 위해서는 AOC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라는 철저한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포도밭 1 헥타르에 포도 나무를 몇 그루 이상 심으면 안 되고, 몇백 리터 이상을 생산해도 안 되며, 알코올 도수는 최소 얼마를 넘어야 하고, 산화 방지를 위한 SO2는 리터 당 몇 밀리그람 써야 하고, 옆집 포도를 섞어도 안 되고 병을 다른 지역에서 사도 안 되고, 일찍 포도를 수확해도 안 됩니다. 공식 전문가가 수확 날짜를 정해 공지하고 그날 이후로 괜찮은 비오지 않는 날을 고른다고 합니다. 엄격하고 철저한 중앙 통제 방식이죠.

양조장

또 등급제도 엄격합니다. 1855년 나폴레옹 3세 황제가 전 세계에 보르도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도입했습니다. 그랑 크뤼 클라쎄라고 불리며 뛰어난 포도원이라는 의미의 그랑 크뤼, 등급이라는 의미의 클라쎄가 합쳐진 말입니다. 와인 가격, 샤토 토질, 지명도 등을 바탕으로 비싼 순으로 등급을 지정했습니다. 5개 등급으로 나뉘고 지금까지도 세습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안은 1955년에 도입되어 10년마다 갱신되는 생테밀리옹 분류 St-Emilion Classification이 있습니다. 그랑 크뤼 클라쎄 A, 그랑 크뤼 클라쎄 B, 그랑 크뤼 클라쎄로 3개 등급으로 나뉩니다. 단 등급제는 오래된 기준으로 나뉘기도 했고 단순히 유명하기만 하면 높은 등급으로 친 경향이 있습니다. 몇몇 유명한 샤토는 이 등급 심사를 받지 않겠다고 해 의미가 많이 바랐다고 합니다.

우안의 생떼밀리옹 Saint Emilion

보르도에서 귀여운 피아트 차를 몰고 1시간 정도 달려 생떼밀리옹에 갔습니다. 오래된 종탑이 높게 솟아있고 노란 벽돌로 가득한 조그마한 마을이었습니다. 종탑을 타고 올라가면 마을의 전체 모습과 넓게 펼쳐진 포도밭을 볼 수 있습니다. 8세기 브르타뉴 지방 에밀리옹 Emilion 수도사가 성지를 순례하다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마을입니다. 프랑스 왕비였다 영국 왕비가 된 알리에노리 다키텐 때문에 마을의 소유권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가 수없이 전쟁을 치렀고 백년 전쟁이 끝나고 완전히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고 합니다. 중세 시대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당시 모습을 유지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마을입니다.

생떼밀리옹 언덕 길
생떼밀리옹 전경

따듯한 햇살과 노란 벽돌이 잘 어울리는 투박하면서 정겨운 풍경의 마을이었습니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온 마을의 형태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드는 마을이었습니다. 대도시의 섬세한 건축물과 다르게 표면에 거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어떤 기둥은 정말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모되어 지난 시간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당 기둥
종탑에서 바라본 마을
모놀리트 성당

온화한 대서양의 바람, 풍부한 일조량, 배수가 잘되는 흙을 바탕으로 메를로 Merlot과 까베르네 프랑 Cabernet Franc 포도 품종을 재배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떼밀리옹만의 와인을 만든다고 합니다. 자체적인 체계가 있어 포도주의 등급도 매긴다고 하네요. 외국인이 안동 하회 마을을 오면 이런 인상을 받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좌안의 메독 Medoc

가론 강의 왼쪽의 메독을 투어했습니다. 가이드 분의 차를 타고 편하게 둘러보았습니다. 보르도하면 떠오르는 넓은 포도밭과 멋진 저택을 보러 떠났습니다. 샤토는 성 대저택이란 프랑스어로 포도원에 있는 저택, 양조장, 포도밭까지 함께 지칭하는 말로 포도 양조, 병입, 출하를 모두 하는 와이너리를 말합니다. 좌안에서는 샤토 라그랑주와 샤토 그뤼오 라로즈 등 여러 유명한 와이너리를 방문했습니다.

지나는 길에 발견한 와이너리
샤토 마고
샤토 라그랑쥬
샤토 라그랑쥬

샤토 라그랑쥬는 보르도에서 유일한 외국 자본입니다. 1631년 중세 시대부터 이어온 와인으로 전통적인 방식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일본 산토리에 와이너리를 넘겼다고 합니다. 산토리는 13년 동안 구매가의 10배를 투자한 끝에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샤토 그뤼오 라로즈는 생 줄리앙에 있는 샤토입니다. 30만 병을 생산하면서도 좋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샤토 그뤼오 라로즈
샤토 그뤼오 라로즈에서 가장 오래동안 보관한 와인
지나는 길에 발견한 와이너리 3

지하나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대량의 오크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행사를 돌아가면서 진행해 다양한 샤토의 와인을 잠깐 보관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특별하게 오래된 와인을 보관하는 곳도 따로 있는데 내가 태어난 해의 빈티지 와인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습니다. 제일 오래된 1800년대 와인도 있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포도밭 전경이 멋졌습니다. 특히 샤토 그뤼오 라로즈는 현대 미술관처럼 세련된 인테리어였습니다. 와인 판매 말고도 보는 즐거움이 있는 멋진 정원이었습니다.

전통과 변화의 딜레마

보르도는 와인으로 시작해 와인으로 끝나는 도시였습니다. 포도 재배업자 12,000명, 네고씨앙 400 업체, 와인 중개인 130 업체로 와인 관련 종사자가 60,0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6명 중 1명은 와인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라 합니다. 정부가 제어하는 엄격한 품질 관리에 맞춰 포도 재배 업자가 포도를 키워 와인을 만들고, 와인이 오크통에서 1년 정도 숙성된 상태인 ‘앙 쁘리뫼르’를 네고씨앙이 대량으로 미리 구매합니다. 잘 숙성된 와인은 이제 중개인이 전통적으로 와인을 많이 마시는 유럽 전역에 퍼집니다.

루이비통에서 운영하는 와인샵

와인은 신대륙 와인과 구대륙 와인으로 나뉩니다. 와인은 동유럽의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에서 처음 만들어져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이때부터 최소 2천 년 동안 와인을 만든 곳을 ‘구대륙 와인’이라 부릅니다. 이외의 지역은 ‘신대륙 와인’이라 부르며 미국, 칠레, 호주 등으로 약 몇백 년 전부터 만들어온 지역입니다. 신대륙은 규제로부터 자유로워 자유로운 실험으로 좋은 맛을 내는 와인 제조법을 개발했습니다. 브랜드명보다 포도 품종을 강조하고 포도원을 관광지로 바꿨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맛을 내다보니 사람들은 신대륙 와인에 열광했습니다. 런던 국제 와인 거래소 리벡스(Liv-ex) 점유율이 95%에서 58%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다양한 포도 품종

구대륙에서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양한 포도원이 나눠어 있어 시장을 지배하는 단 1개가 나올 수 없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도 없고 규제가 발목을 잡아, 새로운 맛을 만들기 어렵고 등급제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브랜드 간의 우열과 희소성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전통을 지킬 수 없어 실행이 불가능해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자신들만의 확실한 성공 전략으로 누구도 진입할 수 없는 압도적인 지위를 가졌지만,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가치인 ‘맛’이 따라잡히니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보르도라는 도시가 마치 과거에 성공했지만 몰락해가는 IT 서비스 회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안전한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과 가치에 끊임없이 집착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내가 해봤던 익숙하고 안전한 상태를 넘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샤토의 중심 건물

넓게 펼쳐진 밭과 장엄한 성, 와인이 담긴 오크통과 200년이 넘은 빈티지 와인들은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매력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전통과 시간을 담은 보르도의 경관이 아름다웠습니다. 앞으로 보르도는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까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없다면, 특별한 순간을 위한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써 럭셔리를 제공하는 것에 돌파구가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다시 만난 파리, 14번째 밤의 기록

paris-street

드디어 여행을 왔습니다. 파리는 8년 만이에요. 오랜만에 떠나는 장거리 여행은 준비할 것이 많았습니다.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는 비행은 역시 피곤하네요. 파리는 여름 초입으로 하늘이 넓고 높아 날이 화창합니다. 예전에 파리에 왔을 때는 겨울이었는데 이번에는 맑은 햇살이 내리쬐네요. 그동안의 고된 시간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paris-first-hotel

코로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잔뜩 긴장하다가 도착했더니 완전히 긴장이 풀렸습니다. 호텔 지하에 있는 파리답다는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개인 수영장과 사우나에서 피로를 씻었습니다. 식사를 하러 골목에 나서자 파리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이 났습니다. 곳곳에서 확 올라오는 대마 냄새조차도 반가웠네요. 오랫동안 머물 예정이었기 때문에 방문할 곳을 자세히 정하진 않았습니다. 전날 혹은 그날 아침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더니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네요.

오래된 곳과 새로운 곳

예전에 파리를 왔을 때는 예술적 영감을 받고 싶어 멋진 박물관을 봤습니다.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한 박물관이나 관광 명소를 듬뿍 경험했습니다. 파리의 역사는 충분히 즐긴 것 같으니 이번에는 지역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파리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로 떠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vanves-flea-market

기억에 남는 오래된 곳은 방브 벼룩시장이었습니다. 방브 벼룩시장은 주말 아침에 잠깐 열리고 점심쯤 닫는 앤티크 벼룩시장입니다. 이전에 생투앙 벼룩시장도 다녀왔지만 방브 벼룩 시장이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생투앙은 큰 가구와 그림이 잘 짜여진 가게 안에 진열되었습니다. 반면 방브 벼룩 시장은 정말 금방이라도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먼지를 털어 꺼내 놓은 것처럼 가까웠습니다. 티 세트, 카메라, 작은 그림 등 여행이 끝나고 손쉽게 들고 가기 좋은 적당한 크기의 소품이 많았습니다. 형태는 한국의 벼룩시장과 비슷했지만 물건의 종류나 다양성이 달랐습니다. 아주 오래된 시절부터 사용하던 물건들에서 묘한 가까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vanves-flea-market-cameras

고풍스러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빈티지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간직한 물건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과 시간이 있다고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겠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사람들이 쓰기 좋고 아름다운 물건인지 깊게 고민한 결과물이 투영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사람의 마음에 집중해야 오래가고 기억에 남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amaritaine-entree

기억에 남는 새로운 곳은 사마리탄 백화점이었습니다. 퐁네프 다리 근처에서 1868년부터 운영했지만 2005년 건물 구조물 진단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강제로 문을 닫았어야 했습니다. 공사는 무려 16년이나 걸렸고 건물을 다 완성한 이후에 내부 인테리어를 완성하는데 2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럭셔리 호텔 슈발 블랑, 사무실, 공동 주택, 어린이집 등 물건을 파는 공간 외에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도 제공하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samaritaine-top-floor

우아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우아함이란 지키고자 하는 고결한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르데코 양식의 계단은 푸른 회색과 1만 6,000개의 반짝이는 금박 잎으로 장식했습니다. 가장 높은 층에 도착하면 섬세하게 그린 아름다운 공작새 프레스코 벽화가 온 공간에 가득합니다. 건물 전체가 조각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파리지앵들에게 거대한 신식 백화점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을 것 같습니다. 오로지 효율과 판매만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하기보다 헤리티지를 지키면서 새로움을 표현한 것이 멋졌습니다.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

plaza-with-tree
salt-magasin

이리저리 흐르다 거대한 나무가 중앙에 아름드리 서 있는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산들바람이 잔잔히 불고 잎사귀가 흩날리는 광장 구석에는 작은 향신료 가게가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공간에는 산책 나온 동네 주민들이 가득했고, 중앙에는 작은 캔에 소금이 만들어진 곳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여러 지역의 향신료를 경험하며 새로운 요리를 만들 것을 상상하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에는 작은 가게가 많습니다. 빵, 디저트, 잼, 향신료, 옷, 소품 등 작은 것을 파는 가게가 많습니다. 심지어 그냥 ‘오리’인 것들을 잔뜩 모은 가게를 찾았을 때는 웃음이 번졌습니다. 새로운 골목을 들어설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가게가 있을까 두근거리며 걸었습니다.

Fou-de-Pâtisserie

파리하면 역시 음식이라 다양한 미식을 찾았습니다. 피에르 에르메의 이스파한과 2000밀푀유, 사크레 쾨르 근처 Pain Pain의 풍성한 빵, 에끌레어 여기저기 맛있다고 하던 곳들만 표시해도 100개가 넘어서 어딜 가야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La Maison Fou de Pâtisserie 였습니다. 첫 시작은 페스트리 셰프의 세계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잡지였습니다. 격월로 발행한 잡지가 큰 성공을 거둔 뒤, 이들은 이 경험을 실제 공간으로 옮겨오기로 했습니다.

Fou-de-Pâtisserie-food

이 곳은 전통적인 브랜드 상점과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했고 가장 유명한 파리지앵 페이스트리가 모여 있습니다. 안젤리나의 몽블랑, 피에르 에르메의 마카롱, 휴고 앤 빅터의 과일 타르트 등 특별한 디저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종이 잡지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장인이 자신만의 가게를 만드는 것이 당연한 파리에서 돋보이는 시도이고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이 파리의 독창적인 디저트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멋졌습니다.

다양한 책이 모여 있는 곳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잡지, 신간 서적, 베스트셀러를 보면 그 지역의 사람들이 어떤 것에 집중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에서 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데 오랜 역사를 가진 아트북 출판사의 공간은 압도적인 인상이었습니다. 타셴의 놀라운 아이디어, 애슐린의 색감, OFR의 날 것이 멋졌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이본 랑베르 북샵이었습니다. 이본 랑베르는 혁신적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갤러리스트로 유명합니다. 다양한 예술가를 프랑스에 소개한 랑베르는 갤러리 옆에 아트북샵을 열어 출판물, 인쇄물, 예술 서적, 예술가의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행사를 주최하기도 합니다.

yvon

서점에서 우연히 한국 점원분을 만났고 뒤편에 있는 작은 공간의 현대적인 컨셉의 사진전을 소개받았습니다.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 멋진 할아버지가 다가왔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 물었고 우리는 한국에서 왔고 멋진 전시인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알고 보니 멋진 할아버지는 전시 작가분이셨고 잡지사 인터뷰 및 촬영을 위해 방문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이본 랑베르가 결코 작은 이름이 아니지만, 동시대 살아 숨 쉬는 예술을 소개하는 작은 서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작가, 사람들에게 알리는 잡지사까지 한 곳에서 만나니 파리가 예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타오르는 불씨

gallery

결과를 위한 냉정한 마음과 과열된 생각에서 벗어나, 삶과 일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의 일은 보통 문제 해결이 목표입니다. 모든 현상을 문제, 해결, 증명으로 치환해 효과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IT 서비스를 하는 회사의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면서는 주로 불편함을 해결하거나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 또한 멋진 일이었지만 마음 어딘가에서는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breeze

고풍스러운 영감이 넘치는 공간, 우아함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들이는 여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기회. 파리라는 도시는 즐거운 관광 이상이었습니다. 내게 중요한 가치를 지키고 꾸준히 사랑하는 것에 애정을 쏟는 것. 남들이 말하는 멋짐을 따르기보다 나만의 좋음을 따르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짧은 삶 속에 더 많은 것을 풍성하고 밀도 있게 경험하고 내가 사랑하는 디자인이 더 성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적당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법이 아니라 정말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멋짐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