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반짝이는 보석을 두른 신들의 땅

이번 여름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여러 후보지를 고민하다 동남아시아 여행의 중심지인 태국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호치민 여행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고유한 성격을 지닌 태국도 기대됐습니다.

방콕은 제겐 미지의 도시였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이자 상상을 초월하는 밤문화로 깜짝 놀라게 되는 여행지라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태국은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동아시아 국가로 유명합니다. 격전의 시기를 유연하게 대처하여 전쟁과 내전으로부터 유산을 지켰습니다. 고대 건축물부터 현대 왕조까지 다양한 시기의 유산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태국의 여러 도시 중 방콕은 고대 아유타야가 수도이던 시절에 프랑스인과 중국인이 개척한 도시입니다. 버마 꼰바웅 왕조의 침입으로 아유타야가 초토화되면서 수도를 옮겼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외국인 유입이 활발한 곳으로 중국 화교, 일본인, 인도인 등 수많은 인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방콕의 태양 빛은 강렬했습니다.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수많은 사원이 어딜 가나 반짝거렸습니다. 지난 4월 뉴스 기사에서는 태국의 체감 온도 54도라고 소식을 전해 크게 걱정되기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그 정도로 덥지는 않았습니다. 잔뜩 마음의 준비를 해서 참을 수 있었지만 에어컨이 없는 시절에 어떻게 살았나 싶었습니다. 여행하는 기간이 우기였는데 오히려 비가 오면 시원해서 반가웠습니다.

방콕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가 모이는 도시입니다. 트래블니스가 23년 마스터 카드 정보를 통해 분석한 결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도시 1위가 방콕이었니다. 어떤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어떤 미학이 있는지 둠뿍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다운 멋진 디자인의 도시였습니다.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과 서비스가 잘 구축되어 있어 돌아다니기 쉽고 편했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여행자가 뒤섞인 마켓 풍경, 온전하게 보존한 태국의 헤리티지인 아름다운 사원, 세련된 빈티지 인도차이나 스타일의 가구로 꾸민 공간, 독창적이면서 편리한 초거대 쇼핑몰. 보통은 환락과 유흥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제겐 모던한 인도차이나 경험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방콕의 디자인

고유한 스타일의 건축

방콕에서 가장 인상적인 유산은 단연 독창적인 사원이었습니다. 끝없이 하늘을 향해 뻗는 뾰족한 삼각형이 가득합니다.

하늘의 물인 비가 끝없이 쏟아지기 때문에 빠르게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 천장의 경사를 가파르게 지었다고 합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층고가 높고 달궈진 지붕을 가리기 위해 겹지붕 형태를 갖췄습니다. 전통 가옥은 범람을 대비하기 위해 2층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태국인은 지면과 집 사이의 공간은 짐승의 영역, 집은 사람의 영역, 높은 지붕은 신이 깃드는 공간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가르키는 신은 부처이며 무려 전 국민의 95%가 불교를 믿는다고 합니다.

방콕에는 독특하게 부처 뿐만 아니라 나가, 가루다, 하누만과 같은 반신을 상징하는 장식이 가득합니다. 지붕의 꼭대기와 양 끝에는 독특한 장식이 있는데 이것을 처화라고 부릅니다. 사원마다 양식이 조금씩 달랐지만 보통 꼭대기는 가루다, 좌우 양 끝에는 나가를 달아두는 편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의 사원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하늘로 치솟은 나가의 머리 장식과 비늘 같은 지붕이 별빛처럼 반짝거립니다. 웅장한 사원 안에는 현지인들이 모여 불경을 외는 장면이 경이로웠습니다.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풍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방콕키안이 되어 정말 그 곳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교 세계관을 중심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양식이 아름다웠습니다. 주변 국가인 캄보디아의 기원인 크메르 양식이나 버마, 스리랑카,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양식을 대표하는 역사 유적도 많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이 담긴 양식을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대적인 건축물인 초고층 빌딩인 킹파워 마하나콘은 마인크래프트 빌딩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눈에는 마치 나가가 휘감고 올라간 흔적처럼 느껴졌습니다.

독특한 형태의 문자

방콕의 그래픽은 모던하고 멋진 디자인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개성은 타이포그래피였습니다. 첫 인상은 마치 뱀이 고개를 처든 것 같았습니다. 장식이 없는 산세리프 스타일은 회로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아랍 문자 같기도 하면서 어떻게 보면 한자 같은 문자가 독특했습니다.

최초의 태국 문자인 악썬타이는 방콕의 세종대왕이라는 람캄행 대왕이 고대 크메르 문자를 바탕으로 창제했다고 합니다. 혀재와 많이 달랐고 자음 위 아래에 모음이 없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모음은 ‘어’이며 다른 모음을 표기할 때는 별도 표기를 한다고 합니다.

띄어쓰기가 없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의외로 문자와 언어 학습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이라고 합니다. 현대화된 서체는 로마자와도 잘 어울립니다. 헬베티카 스타일보다는 슬랩 스타일의 서체에 가까워 보입니다.

방콕의 경험

아름다운 부티크 호텔

호텔의 격전지라 불리는만큼 매력적인 숙소가 가득합니다. 제가 머물렀던 곳들은 주로 작은 부티크 호텔이었습니다. 각 호텔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했습니다. 짙은 색의 나무와 앤티크 소품이 조화로운 매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올드 바이크 인 Old Bike Inn

빈티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숙소입니다. 이 건물은 라마 5세 국왕이 하사한 궁전으로 가족이 7대에 거쳐 관리했다고 합니다. 태국의 티크 목재로 만든 침실과 빈티지한 러스틱 인테리어가 아름답습니다. 다양한 소품을 어디서 모았는지 궁금했습니다.

객실에는 유리로 바깥과 연결된 햇살이 쏟아지는 베란다가 있습니다. 욕조도 있어 여유롭게 하늘을 바라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첫 숙소였는데 로비 창가 자리에서 조식도 먹고 작업도 하면서 방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1905 헤리티지 코너

Cat Radio의 여성 DJ 파인애플 난과 마크 살몬이 만든 작은 럭셔리 게스트하우스입니다. 고대 시절부터 있었던 교차로 중 하나인 Phraeng Phu Thon의 모퉁이 건물로 100년이 넘은 건물입니다. 이 지역은 의사, 변호사, 공무원이 거주하는 집이자 상점이었습니다.

태국 최초의 틀니 공장이었던 흔적을 유지하면서 지역 사람들이 모이는 찻집이었던 공간의 컨셉을 살려 아름답게 꾸몄습니다. 쭐라롱껀 왕이 서구 양식을 수용하던 시절의 스타일을 혼합했습니다. 버마의 목재 가구로 태국, 중국, 서양의 인상을 독특하게 섞었습니다. 갑자기 몸이 너무 아파서 먹지 못한 조식이 아쉬웠지만 떠나올 때 선물로 준 차를 담는 함마저도 아름다웠던 숙소였습니다.

아리아솜 빌라

1940년대 소품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부티크 호텔입니다. 현 소유자의 조부모인 Khun Phra Chareon이 1941년에 지은 건물입니다. Khun은 태국의 서울대인 쭐라롱껀 대학교 공과대의 학장이었으며 태국 현대 공학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대를 이어 Khun의 손녀가 열대 정원을 디자인하고 가족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티크 바닥, 앤티크 가구, 태국 실크 커튼이 조화롭습니다. 빌라를 개조해 방으로 찾아가는 길이 복잡했는데 마치 손님으로 초대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풍덩 빠졌던 수영장은 아름다운 식물이 무성해 마치 숲 속에서 수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도 햇살이 부서지는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긴 창문 너머로 열대 정원을 바라보며 먹는 조식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차로 깊숙히 들어가야 있어 혹시 그랩이 안 잡힐까 걱정했는데 쉽게 잘 잡혔습니다.

현대적인 공간

아이콘 시암

럭셔리 쇼핑몰 아이콘 시암은 방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입니다. 한화로 2조원 넘는 자금이 투입된 대규모 쇼핑몰입니다. 거대한 크기 만큼이나 디자인이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강 건너에서 바라본 아이콘 시암은 마치 짜오프라야 강 위에 유리로 지워진 사원처럼 보였습니다. 3층 규모의 거대한 유리창은 지그재그 모양으로 배열되어 마치 반짝이는 배의 몸통처럼 보입니다. 연꽃, 수련, 바나나 잎, 태국의 전통 숄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은 태국다운 느낌을 전합니다.

강 건너에서 차를 타면 30분 걸릴 수 있는데 무료 셔틀 보트를 타고 5분만에 건너갔습니다. 그라운드인 G층에 전통 수상 시장 컨셉의 숙 시암이 반겨줍니다. 태국 지역마다 특성을 한 공간에 담았습니다. 내부에는 정말 보트가 움직이며서 음식을 팔고 있습니다. 태국의 전통 수상시장인 담넌 사두억을 그대로 옮긴 것 같았습니다.

쇼핑몰이라고하면 기능적으로 비슷해질 수 밖에 없는데 태국다운 느낌을 듬뿍 담아서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 트렌드를 이끄는 모던함이 담긴 멋진 공간 경험이었습니다.

디자인 센터

TCDC는 방콕을 방문할 때부터 기대했던 공간이었습니다. 럭셔리 백화점인 엠포리옴 디자인 센터 6층에 있던 TCDC가 차런끄룽 로드의 방콕 중앙 우체국 건물로 옮겼습니다.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으로 온라인 전시회,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워크숍, 디자인 페스티벌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론트 빌딩에는 주로 소통을 위한 공간이 있었고 백 빌딩에 멤버십을 위한 제작 공간이 있습니다. Resource Center에는 다양한 서적이 비치되어 있고 Maker Space에는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 UV 프린팅 등 비싼 장비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Material & Design Inoovation Center에는 다양한 소재를 자세하고 세세하게 분류해두었습니다.

창조란 기존의 것을 재배열해 이전에 없던 가치를 더하는 일입니다. 이걸 위해선 기존의 것(Resource)과 표현할 수 있는 재료(Material)가 있어야 하죠. 그리고 이것을 결합하는 기술과 공간 (Maker Space)이 필요합니다. TCDC 방콕은 이 개념을 건물 전체에 적용했습니다.

태국이 얼마나 디자인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고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디자인 교육에 관해 큰 영감을 받을 수 있었던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최고의 장면

최고의 공간

왓 프라깨우 วัดพระศรีรัตนศาสดาราม

에메랄드 불상이 모셔진 화려하고 거대한 사원. 방콕 왕궁 내에 있어 다양한 유산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공간보다 태국과 방콕의 전통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사원입니다. 다른 곳은 갈 수 없어도 이곳만은 꼭 방문하시길 추천합니다.

쑤탓 사원 วัดสุทัศนเทพวรารามราชวรมหาวิหาร

티크 나무로 만든 20m 높이의 붉은색 자이언트 스윙과 8m 청동 부처상으로 유명한 19세기 사원입니다. 비 오는 날 웅장한 사원 안에서 염불을 외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번 방콕 여행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장면입니다. 저녁 7시부터 방콕 시민들이 불당에 모이니 시간에 맞춰 방문해보세요.

아이콘 시암 ไอคอนสยาม

방콕의 지금과 미래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방문하길 추천합니다. 더운 날씨도 피하면서 방콕의 모든 것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콘 시암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게 짜오프라야 강 반대편에서 배를 타고 방문해보세요.

태국 창조 디자인 센터 TCDC

창작자를 위한 다양한 디자인 서적이 있는 거대한 도서관과 전시 공간이 있습니다. 이용료를 내면 편리하게 도서관에서 작업할 수 있습니다. 관람보다는 코워킹스페이스로 쓰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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