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제대로 ‘생각’하고 있을까?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이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 중

우리는 종일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밥 먹을 때, 시험 칠 때,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미래를 계획할 때. 언제 일어날지 결정하는 간단한 판단부터 미래에 일어날 일을 계획하는 복잡한 판단까지 ‘생각’합니다.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 가장 적은 리소스를 들여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만드는 제작자는 의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생각’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품이나 디자인이라는 매개체를 만들어 ‘나’와 ‘남’의 생각을 설계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은 뭘까?

생각은 연상, 논리, 분석, 추론, 추상, 판단 등 비선형으로 뻗어가는 복잡한 작용이라 완벽하게 구분하고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정의해보면 정보를 모으는 ‘지각’과 정보를 저장하는 ‘기억’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감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지각) 지금 당장 쓸 정보는 잠깐 기억하고(단기 기억) 나중에 쓸 정보는 저 뒤에 쟁여둡니다(장기 기억). 저장한 정보는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합니다.

생각은 어떤 성질이 있을까?

뇌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려 합니다. 얼핏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은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비용이 적은 것처럼 보이는 방법을 택합니다.

육체 운동에 비해 생각에 드는 비용이 적어 보이지만 생각보다 비쌉니다. 정신 에너지는 무제한이 아니며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난도가 높을수록 정보를 단기간 기억하는 지구력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뇌는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려 합니다. 그럴듯한 최소한의 정보로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내리려 합니다. 믿을만한 사람의 정보, 내가 자주 봐서 익숙한 정보, 사실과 뒤섞여 사실처럼 보이는 정보 등 내가 직접 비판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에 중력처럼 이끌립니다.

직관과 비판 넘나들기

직관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 타는 법처럼 쥐어진 상황에 새로운 사고를 할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체의 효율을 좋아하는 우리 몸은 직관에 중력처럼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관의 블랙홀에 빠지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비판해야 합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 일을 완수하는 것에 집중하기 전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나’와 ‘내가 해야 할 일’을 철저히 배제합니다. 내가 스트레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 없이 비판하며 탐색합니다.

생각의 균형 잡기

직관과 비판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너무 직관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비판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현재 내 상태를 판단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직관으로 가까워지는 습관이 있어서 비판을 강조하지만, 직관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닐 것입니다. 24시간 내내 모든 사고에 대해 비판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직관으로 원하는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직관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직관으로 복잡한 인과와 타당성을 뛰어넘어 비판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와 크리에이티브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관점으로 비판해야 하는지 정해 스스로 도전하거나 나와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카운터 파트 역할자를 만들거나 조직의 시스템으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회의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치를 이용해 직관으로 빠르게 지나갈 길과 비판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갈 길을 가려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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