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문화 축제가 된 할로윈의 디자인

할로윈이 다가왔습니다. 할로윈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서양의 풍습이 아니라가을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영어유치원과 학원을 중심으로 어린이 대상의 ‘할로윈 이벤트’가 처음 도입되며 시작되었다고 추측됩니다. 이어 이태원을 비롯한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클럽 파티와 분장 문화가 퍼지며 젊은 세대의 놀이문화로 확산되었고, 유통업계와 테마파크, 놀이공원 등이 앞다투어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10월의 대표 행사’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의 할로윈은 미국의 ‘Trick or Treat’처럼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는 풍습보다는 코스튬 플레이와 파티 중심의 문화로 변형되며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할로윈’이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이미지의 기원과 상징적 특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현대 브랜드들이 이 할로윈 이미지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어디서 온 축제일까?

할로윈은 고대의 종교적 의식과 계절적 변화, 그리고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서 비롯된 문화적 현상입니다. 그 기원은 약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의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지역에 살던 켈트족의 사윈(Samhain) 축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켈트족은 10월 31일을 한 해의 마지막 날로 여겼습니다. 이 날은 여름이 끝나고 어둠과 추위가 찾아오는 시점으로, 생명과 죽음의 경계가 가장 희미해진다고 믿었습니다. 사윈 축제에서는 죽은 자의 영혼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가족을 찾아오거나, 해로운 악령이 인간 세상에 침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불을 피워 악령을 쫓고, 가면을 써서 귀신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가면’과 ‘불’의 의식이 바로 오늘날 할로윈 코스튬과 잭오랜턴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출처

기독교가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교회는 이 이교도의 축제를 흡수해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Saints’ Day)’ 로 지정하고, 그 전날 밤을 ‘All Hallows’ Eve’ 라 불렀습니다. 이 말이 축약되어 오늘날의 Halloween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20세기 들어서는 영화, TV, 광고를 통해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재탄생했습니다. 1978년 영화 〈Halloween〉의 성공 이후, 공포와 긴장을 상징하는 문화 코드로 확립되었고, 브랜드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 ‘공포의 놀이화’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현대의 할로윈은 더 이상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안전하게 즐기는 문화적 퍼포먼스” 로 진화했습니다.

주황과 검정 팔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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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의 주황과 검정은 삶과 죽음의 상징합니다. 주황색은 빛과 따뜻함, 그리고 생명을 의미하고, 검정은 어둠과 미스터리, 즉 죽음과 그 너머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할로윈의 뿌리인 켈트족의 사윈(Samhain) 축제는 여름의 끝이자 겨울의 시작, 곧 ‘생명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나타냈습니다. 이 시기 사람들은 거대한 모닥불(bonfire) 을 피워 악령을 쫓고, 죽은 이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길을 비추었다고 합니다. 그 불빛의 색이 바로 불꽃의 주황과 노랑, 생명과 온기를 상징하는 색이었습니다.

반대로 사윈이 열리던 계절은 해가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시기였습니다. 점점 짙어지는 어둠은 죽음과 불확실함의 상징으로, 그 색이 검정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 두 색의 대비는 자연의 리듬 속에서 탄생한 생명과 죽음, 빛과 어둠의 균형을 담고 있습니다.

주황색은 불과 수확의 상징, 검정은 밤과 죽음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이 색의 조합은 오늘날까지도 할로윈의 본질적 감정을 표현합니다. 19세기 후반,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할로윈 문화를 전파하면서 이 색의 상징은 시각적으로 체계화되었습니다.

1910~1920년대 인쇄 포스터나 엽서, 초콜릿 포장지에는 주황색 호박과 검은 고양이, 유령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할로윈 = 오렌지 + 블랙’이라는 공식이 확립되었습니다. 이후 허쉬, 판타, 하인즈 같은 브랜드들이 이 색 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주황과 검정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짙은 보라색이 더해지며 미스터리하고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릭 오 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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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 오어 트리팅의 역사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할로윈에 집집마다 다니며 음식이나 간식으로 보상을 받기 위해 작은 공연을 펼치는 전통은 최소한 16세기까지 이어졌습니다. 할로윈에 사람들이 의상을 입는 전통도 이 시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세기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는 사람들이 할로윈 의상을 입고 집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대가로 시를 낭송하거나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때로는 환영받지 못하면 불행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북미에서 이러한 ‘위장 행위’가 기록된 것은 1911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어린이들이 코스튬을 입고 돌아다닌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Trick or Treat!”라는 감탄사는 그로부터 몇 년 뒤인 1917년, 같은 온타리오주에서 처음 기록되었습니다.

의상을 입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문화는 오래전부터 스코틀랜드인과 아일랜드인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라는 표현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일반화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였습니다. 그전에는 아일랜드의 어린이들이 집주인의 문앞에서 일반적으로 “할로윈 파티를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잭-오-랜턴

fron Unsplash

잭오랜턴(Jack-o’-Lantern)은 정령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상징하며, 할로윈에는 해로운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 전통의 기원은 오래전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민속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옛날 아일랜드에는 잭(Jack) 이라는 악덕 구두쇠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교활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인물로, 사람들을 곧잘 골탕 먹이곤 했습니다. 어느 날 잭이 죽을 때가 되어 악마가 그의 영혼을 거두러 오자, 잭은 교묘하게 악마를 속였습니다. 악마에게 시비를 걸어 동전으로 변하게 만든 뒤, 십자가가 새겨진 주머니에 집어넣어 가두고는 “나를 10년 더 살게 해주면 풀어주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악마는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죠.

10년이 지나 악마가 다시 찾아왔을 때도 잭은 또 속임수를 썼습니다. 악마에게 “나무에 올라가 과일을 따달라”고 부탁한 뒤, 악마가 나무에 오르자 재빨리 십자가를 그려 내려오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잭은 이번에도 악마를 협박하며 다시는 자신의 영혼을 데려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결국 잭이 죽자, 천국에서는 그가 살아생전 지은 악행 때문에 받아주지 않았고, 지옥에서도 악마의 미움을 받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출처

결국 잭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세상 어딘가를 영원히 떠도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춥고 어두운 길을 헤매던 잭은 악마에게 빌어 얻은 숯불 한 조각을 순무(turnip) 속에 담아 랜턴처럼 들고 다녔습니다. 이것이 바로 잭오랜턴의 유래입니다.

원래는 순무 속에 불을 넣었지만,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이 전통이 새로운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순무보다 흔하고 크기가 커서 조각하기 쉬운 호박(pumpkin) 을 사용하게 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호박 랜턴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 잭오랜턴은 미국의 할로윈 문화 속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집 앞에 무서운 얼굴을 새긴 호박을 두어 악령을 막는 전통이 이어졌습니다.

코스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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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30년대, 인쇄·라디오·영화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대중은 미키 마우스, 스노우 화이트,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같은 새로운 상징적 캐릭터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할로윈 포스터나 잡지에는 이미 괴물로 분장한 아이들이 등장했고, 할리우드 영화가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 미이라, 드라큘라 등의 이미지가 퍼지면서 공포의 대중 캐릭터화가 이루어졌습니다. 1930년대에는 Beny & Smith, Collegeville 같은 제조사가 “할로윈용 코스튬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할로윈은 단순한 민속 행사를 넘어 산업적 이벤트로 변모했습니다. 이때부터 “영화 속 캐릭터 = 할로윈 복장”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게 됩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80년대, 미국에 중산층이 형성되고 TV·만화·광고가 일상 속에 깊이 들어오면서 할로윈은 가족형 엔터테인먼트 축제로 재탄생했습니다. 아이들은 슈퍼맨, 배트맨, 디즈니 공주로, 어른들은 공포영화 속 캐릭터(마이클 마이어스, 제이슨, 프레디 크루거) 로 분장하며 세대별로 각자의 방식으로 즐겼습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할로윈은 ‘무서운 날’에서 ‘가장(pretend)의 날’로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공포를 표현하는 날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존재로 잠시 변신하는 날”, 즉 정체성과 상상력을 표현하는 사회적 축제로 발전한 것입니다.

할로윈 이미지 쓰기

할로윈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특히 식음료 브랜드에서 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할로윈을 상징하는 색 조합만으로도 메시지가 충분히 강렬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브랜드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 속에 할로윈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녹여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치 만우절에 터무니없는 장난을 치듯, 이유 없이 브랜드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맥락과 유희성입니다. 할로윈은 브랜드가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단, 너무 무겁고 무섭게만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할로윈은 공포와 미스터리가 중심이지만, 동시에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웃을 수 있는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코스프레나 과도한 공포 연출보다는, 공포 속의 유머—‘농담 한 스푼’이 들어간 디자인이 할로윈의 진짜 매력을 전달합니다. 무섭기만 한 분위기보다, 다 함께 즐기고 웃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할로윈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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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프리랜서에서 유니콘급 스타트업 헤드 오브 디자인까지. 18년 넘게 브랜드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며 임팩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나침반 CEO이자 편집장으로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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