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화려한 브랜드와 복잡한 프로덕트

쏘카는 현재 1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차량 공유를 넘어 다양한 교통 수단과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기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확장된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쏘카는 변화된 서비스 스펙트럼과 이용자 기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심볼입니다. 기존에는 주차라인을 형상화한 그래픽 요소만 존재해 상징성이 부족했으나, 새 심볼은 도로의 교차를 형상화해 이동성의 개념을 담았습니다.

브랜드 디자인: A

(C)쏘카

쏘카는 이동 서비스로 확장하기 위해 기존의 ‘주차 라인’ 형태 심볼을 ‘도로를 닮은 경로형 S’로 재해석했습니다. 그라데이션과 블러 효과를 활용해 ‘움직임’을 표현한 점이 특히 매력적입니다. 다른 브랜드 디자인에서는 보기 어려운 접근법과 세심하게 설계된 애플리케이션들이 돋보이며, 각 시각 요소의 완성도가 높아 전체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인상을 줍니다.

(C)쏘카

심볼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아틀라시안이나 토스처럼 유명 IT 서비스의 시각적 인상과 일부 겹치는 점은 아쉽습니다. 물론 서비스 카테고리가 달라 구분은 되지만, 시각 효과의 유사성은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내부의 그라데이션은 위로 갈수록 밝아지는 구조로, 브랜드의 주요 모티프인 ‘잔상’의 느낌이 덜 드러나는 점이 아쉽습니다.

(C)쏘카

워드마크는 소문자로 변경되어 가볍고 친근한 인상을 주며, 전보다 얇아진 획과 넓어진 간격으로 한층 날렵한 인상을 전달합니다. 특히 꺾임 부분에서 느껴지는 탄력 있는 에너지가 브랜드의 생동감을 더합니다.

(C)쏘카

쏘카의 서비스가 다각화되면서 식별 체계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번 리뉴얼에서는 심볼과 워드마크가 포함된 메인 로고 뒤에 서비스명을 붙이는 구조로 확장성을 고려했습니다. 소문자 워드마크 덕분에 가독성도 높아졌습니다. 색상은 이전의 하얀색과 하늘색 조합에서 벗어나, 검정과 짙은 파랑으로 변경되어 보다 테크놀로지 중심적이고 전기적 감각을 전달합니다. 가벼운 여행의 이미지에서 미래적 이동 플랫폼의 느낌으로 전환된 셈입니다.

(C)쏘카

프로덕트 디자인: A

(C)쏘카

차량 공유 서비스는 여전히 유용합니다. 쏘카는 이용자가 차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방식을 제공합니다. 수령 방식은 직접 이동하거나 호출할 수 있고, 기간은 몇 시간 단위부터 최대 한 달까지 가능합니다. 가격대는 저렴한 주행 요금을 가진 전기차부터, 비교적 낡았지만 합리적인 차량까지 다양합니다. 익숙한 차를 탈 수도 있고, 새로운 차종을 경험해볼 수도 있습니다.

쏘카의 UX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자동차’라는 개념을 잘 담고 있습니다. 구매 부담 없이 필요할 때만 차량을 이용하거나, 짧은 시간 동안 신차를 경험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자동차 구매 이외의 거의 모든 사용 영역을 커버하며, 광범위한 인프라를 통해 대부분의 여행지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KTX나 자전거 등 차량 전후의 이동 수단을 패키지로 제공해 이동 전반의 편의성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C)쏘카

다만, 제품의 사용성은 여전히 개선 여지가 있습니다. 화면 레이아웃이 복잡하고, 진입할 때마다 UX 패턴이 달라 일관성이 떨어집니다. 이동·혜택·예약 등이 얽혀 있어서 새로운 기능을 익히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핵심 기능은 짧은 단계로 이용할 수 있도록 잘 다듬어져 있어, 기존 사용자라면 ‘근육 기억’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능은 학습해야 할 것이 많아 시도에 부담이 생깁니다.

홈 탭은 차량 이용 방식을 먼저 제시하지만, 중요도에 따라 가로 길이가 달라 버튼보다는 이미지 배너처럼 보입니다. 버튼 간 구분 규칙도 명확하지 않아 새로운 기능은 눌러보기 전에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단 내비게이션 탭이 없어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으로 바로 이동하기 힘든 점도 불편합니다.

예약과 이용 화면은 전체 화면을 활용하는 구조인데, 실제 이용 시에는 잘 설계되어 편리한 반면, 예약 과정에서는 현재 위치와 가능한 선택지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구독 상품, 법인 상품, 쿠폰 등 쏘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들이 눈에 잘 띄지 않아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C)쏘카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브랜드 리뉴얼로 시각 정체성이 새로워졌음에도 앱 내부에 이러한 변화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서비스 경험이 충분히 연결되지 않아, 브랜드 일관성과 프로덕트 완성도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총평: A

쏘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요?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브랜드로 기억될까요?

차량 공유라는 영역에서 쏘카를 넘어설 브랜드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쏘카가 경쟁해야 할 대상은 네비게이션, 택시, 버스, 지하철, KTX 등 ‘이동’을 중심으로 한 다른 교통 서비스들입니다.

현재의 어두운 배경과 푸른 색상은 IT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합으로, 기술 중심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지만 동시에 개성이 다소 희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언뜻 보았을 때 쏘카만의 감각이 바로 떠오르지 않고, ‘빠름’인지 ‘흐름’인지 핵심 메시지가 조금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모빌리티 전체를 포괄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핵심 그래픽 모티프를 더욱 일관되게 반복하고, 움직임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모션을 다양한 접점에서 더 자주 노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사용자가 브랜드를 실제로 경험하는 공간인 프로덕트에서는 이러한 시각적·감성적 언어가 아직 충분히 정돈되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앞으로 쏘카가 단순한 렌트 사업을 넘어 ‘이동을 둘러싼 라이프 전체’를 다루려 한다면, 단순히 ‘차’라는 카테고리 확장을 넘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문을 나서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모든 순간을 설계하고 연결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박종민
프리랜서에서 유니콘급 스타트업 헤드 오브 디자인까지. 18년 넘게 브랜드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며 임팩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나침반 CEO이자 편집장으로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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