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주목할 브랜드 디자인 트렌드

10월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에서 발견한 디자인 트렌드를 세밀하게 살펴봅니다. 최근 발견한 프로젝트는 인플루언서가 만든 글꼴, 복잡한 형태 대신 매력적인 질감, 자유로우면서 인간적인 획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만든 글꼴

과거에는 글꼴 제작이 대기업의 영역이었습니다. 포스터나 앨범 커버처럼 한 번만 만들면 되는 디자인과 달리, 글꼴은 수많은 글자의 조합과 가독성, 균형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 비용과 시간이 막대합니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직접 글꼴을 만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글꼴들은 고급 그래픽 디자인보다는 일상적인 플랫폼에서 더 자연스럽게 쓰입니다. 전문 디자이너들이 작업할 때는 이미 완성도 높은 폰트가 많지만, 인스타그램 같은 공간에서는 연예인 고유의 감성이 담긴 폰트가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글꼴이 인플루언서와 연결되는 매개체가 된 것입니다.

오드 아틀리에

블랙핑크 제니는 2025년 한글날을 맞아 한글 글꼴 ‘젠 세리프(ZEN SERIF)’를 공개했습니다. 이도타입(idoType)과 협업하여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선보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세 서체인 블랙레터(Blackletter)를 기반으로 디자인되었다는 것입니다. 블랙레터 특유의 장식적인 형태와 붓글씨의 부드러운 획이 조화를 이루며, 가로획의 곡선에서는 우아한 흐름이, 획의 끝에서는 붓을 떼는 듯한 여운이 느껴집니다.

알파벳과 한글이 같은 조형 언어로 정돈되어 균형감이 돋보이며,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폰트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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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스타 로살리아

해외에서는 스페인 출신 팝스타 로살리아(Rosalía)가 인스타그램과 공식 협업해 ‘Rosalía Font’를 선보였습니다.

이 서체는 로살리아의 실제 손글씨 느낌을 그대로 살려, 종이에 마커로 쓴 듯한 질감과 불규칙한 간격, 크기에서 그녀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영상 위에 쓰인 흰색 글씨는 마치 유리창 위에 직접 쓴 듯한 느낌을 주며, 글자들이 만들어내는 조합은 ‘히든 트랙’을 발견한 듯한 감각을 전합니다.

질감의 시대

최근 디자인 전반에서 질감과 두께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본래 스크린 기반의 가상 세계에는 물리적인 질감이나 깊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초기에는 현실의 물리적 세계를 모방한 스큐어모피즘이 잠시 유행했지만, 곧 도구로서의 기능성을 강조한 미니멀리즘이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브랜드 디자인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한때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검은색 산세리프 글꼴을 사용하며 통일된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브랜드 간의 개성이 흐려지고 모두가 비슷해 보이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형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질감을 통해 풍성한 인상을 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매끈한 평면 대신 미묘한 반사, 깊이감, 투명한 재질감 등이 브랜드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이콘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시대에 맞춰 Copilot을 중심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정비했습니다.

단순히 그래픽을 바꾼 것이 아니라, Copilot 아이콘의 유기적이고 풍성한 형태를 전체 서비스 아이콘 디자인의 중심 언어로 확장한 것입니다.

기존의 직선적 요소는 모두 부드러운 곡선으로 대체되었고, 그라데이션을 활용해 미래적이면서도 유연한 인상을 줍니다. 여기에 더해진 투명한 유리 질감은 신선하고 세련된 느낌을 강화했습니다.

최근 애플이 선보인 리퀴드 글래스와 비슷한 흐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이콘은 색이 있는 그라데이션을 통해 더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하면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의 감성이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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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로고

스즈키는 기존의 입체적인 로고에서 평면적이고 금속적인 질감이 강조된 디자인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자동차 산업에서 크롬은 고급스러움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반짝이는 입체감보다 단순하고 정제된 형태가 현대적인 고급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새 로고는 완전히 평면 속에 묻히지 않으면서도, 표면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획의 움직임이 돋보입니다. 이는 더 이상 튀어나오는 힘의 상징이 아니라, 세련되고 유려하게 흐르는 에너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브랜드 디자인은 ‘질감의 시대’로 접어들며, 형태의 단순함 속에서 재질의 깊이와 감각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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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의 움직임

영상이 콘텐츠의 중심이 되고, 숏폼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가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모션이 디자인의 일상 언어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환경에서도 공간감과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움직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브랜드 디자인은 정적이고 깔끔한 인상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동적인 힘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획이 움직이는 선적 표현이 자주 사용됩니다.

선은 면이나 색보다 간결해 시각적으로 인식하기 쉽고, 관찰자가 자연스럽게 움직임의 전체 흐름을 따라가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선의 움직임은 타이포그래피와도 닮아 있어 브랜드의 일관성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세인트루이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세인트루이스 심포니의 리브랜딩은 지휘봉이 움직이는 듯한 섬세한 리듬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악기의 형태를 드로잉하듯 선으로 풀어내며, 정적인 이미지를 넘어 음악의 리듬과 멜로디가 느껴지게 했습니다.

이러한 모션을 보고 나면, 세리프 글꼴의 길고 세련된 획마저도 마치 실제로 쓰이고 있는 듯한 생동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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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B 슈투트가르트

VFB 슈투트가르트의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은 전통적인 상징인 말의 갈기에서 영감을 받은 선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갈기가 휘날리는 듯한 동세는 강렬한 붉은색과 어우러져 에너지와 속도감을 전달합니다.

불규칙한 사선의 흐름 속에서도 구조적인 질서가 느껴지며, 자연물의 형태를 정제된 시각 언어로 재해석했습니다. 개성이 강한 글꼴과 조화를 이루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힘과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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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프리랜서에서 유니콘급 스타트업 헤드 오브 디자인까지. 18년 넘게 브랜드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며 임팩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나침반 CEO이자 편집장으로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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