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후 잠깁니다.

고객의 만족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욕망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관심은 시시때때로 옮겨가고,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뿐입니다.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경험의 총량은 늘 욕망보다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디자이너는 이 좁은 용량에 들기 위한 좋은 경험을 골라야 합니다. 그럼 좋은 경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좋음을 정의하는 것이 다르다면, 주사위를 던져 무작위로 1,000번이 넘는 실험을 통해 결정해야할까요?
디자인에서 ‘좋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당연히 고객입니다. 고객을 변화시키는 만족은 크게 두 가지 의식적 만족과 무의식적 만족이 있습니다.
의식적 만족은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어 더 이상 신경 쓸 것이 남지 않는 것입니다. 무의식적 만족은 쓰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감각을 느끼게 하고 경험 전반에 걸쳐 긍정적 반응이 극대화되는 것입니다.

의식적 만족
의식적 만족은 쉽게 말해 문제가 해결되는 것입니다. 사용자는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하고, 그것이 해결되었는지를 의식적으로 판단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과업을 수행합니다. 이때 가장 이상적인 경험은 아무런 비용 없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만족입니다. 이 수준에 도달한 경험은 한번 익숙해지면 없어졌을 때 너무 불편해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무의식적 만족
무의식적 만족은 쉽게 말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과업의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경험 전반에 걸쳐 느끼는 감각과 감정 그 자체의 만족입니다.
이성과 논리로 문제를 빠짐없이 해결하는 것을 넘어,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느낌을 주는 것이 무의식적 만족의 영역입니다. 사람은 문제 해결 기계가 아닙니다. 더 나은 느낌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감각적 만족이 비타민 같은 부가 요소로 여겨졌습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쟁이 심해진 포화 시장에서 의미나 관계 형성처럼 고맥락 정보가 경험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무의식적 만족은 단순한 비타민을 넘어 경험 설계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만족의 기준
만족의 기준은 결국 “지금보다 나은 것”입니다. 모든 문제가 즉시 해결되면 이상적이겠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반대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면 누군가 이미 해결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기대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특정 니즈를 지금보다 10배 수준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의식적 만족만으로도 충분히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세계의 과업을 인터넷과 모바일로 옮기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 서비스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여기에 AI가 등장하면서 기존 대비 10배 차이 나는 생산성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의식적 만족은 여전히 기본입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객이 서비스를 쓸 이유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의식적 만족만으로 10배의 격차를 만들어내는 일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미래의 메이커에게는 두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지금보다 10배로 문제를 잘 해결해줄 것인가. 그리고 지금보다 10배로 감각을 만족시킬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동시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고객의 제한된 용량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경험이 만들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