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밴드가 리브랜딩했습니다. 2022년 이후 3년 만의 대규모 업데이트입니다. 이번 변화는 홈 화면 디자인과 UI 개선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전반을 새롭게 정비했습니다. 밴드는 2012년 출시 이후 전 세계 178개국, 8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며, 폐쇄형 그룹 커뮤니티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는 학교나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모임형 SNS로 자리 잡았습니다.
브랜드 디자인:B

밴드는 여전히 숨은 강자입니다. 수많은 소셜 플랫폼이 흥망을 거듭하는 사이 밴드는 여전히 모임 앱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새로운 심볼은 이전 로고의 정체성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현대적인 방향으로 다듬어졌습니다. 이전 심볼은 선으로 이어진 하나의 획으로 구성된 지오메트릭한 형태였고, 둥근 외곽은 사람들을 감싸 안는 듯한 따뜻함을 주었습니다. 이 디자인은 실물 노트북을 감싸는 고무줄에서 착안한 ‘b’ 형태로, 공동체를 연결하는 밴드의 상징이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에서 심볼은 끝을 각지게 잘라 날카로운 인상을 더했고, 내부 구조 또한 외곽선과 심지를 분리한 형태에서 두 개의 굵은 선이 교차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획의 방향성이 강해지며, 마치 트랙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워드마크 또한 변화했습니다. 이전에는 문자를 감싸는 둥근 선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를 제거해 보다 기하학적이고 미니멀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획의 끝을 생략한 형태 덕분에 b와 d가 균형을 이루지만, 전체적으로는 약간 아래로 미끄러지는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a는 o처럼 잘못 읽히기도 합니다.
조형적으로는 완성도가 높습니다. 첫인상부터 다른 서비스들과 명확히 구분되는 개성이 있고, 시각적 완성도도 뛰어납니다. 다만 밴드의 본질적 메시지인 ‘모임과 연결’을 얼마나 잘 전달하고 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강한 움직임과 트랙을 닮은 형태는 다소 운동 앱에 가까운 이미지를 줍니다. 비츠바이닥터드레와 형태적 유사성도 있어 음악적인 느낌도 듭니다.

네이버는 새로운 시각 정체성을 여러 서비스 앱에 적용 중입니다. 치지직, 블로그는 어두운 배경에 녹색 요소를 사용하며, 네이버 페이나 시리즈는 녹색 배경에 검은 요소를 사용합니다.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는 녹색 배경에 검은 로고를, 젊은 사용자층을 위해서는 검은 배경 버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인: A

밴드의 UX는 한층 단순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네이버의 새로운 시각 문법이 적용되었으며, 전체적인 프로덕트 경험은 새로운 밴드를 생성하고 사용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앱의 중심 흐름은 새로운 밴드를 만들거나 기존 밴드를 계속 이용하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 밴드를 새로 찾는 과정은 다소 단계가 많아 약간의 진입 장벽이 느껴집니다.
홈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밴드 아이콘의 크기입니다. 아이콘이 크게 배치되어 시각적 중심을 잡고 있으며, 새로운 콘텐츠는 오른쪽 아래에 푸른 점으로 표시됩니다. 같은 위치에 광고 표시도 함께 노출되는데, 섬네일 이미지의 레이아웃이 변형되어 표시되는 독특한 형태를 취합니다. 이러한 광고 방식은 시선을 강하게 끌지만, 곡률이 높고 형태 변화가 잦아 약간 일그러진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피드 구조는 X나 스레드에 가까워졌습니다. 텍스트 중심의 글이 먼저 보이고, 미디어 콘텐츠는 그 아래에 노출됩니다. 리액션 애니메이션은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며, 누구나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감각적입니다. 특히 ‘좋아요’나 ‘리액션’ 대신 ‘표정 짓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눈에 띄는 기능 중 하나는 ‘미션 인증’ 시스템입니다. 앱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메인 화면에서 미션을 노출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자신이 가입한 밴드 외에도 자유롭게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운동, 습관, 독서 등 다양한 주제의 챌린지가 제공되며, 각 미션에는 소개와 함께 인증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단 네비게이션 바에는 네이버의 최신 시각 정체성이 반영되었습니다. 유리 질감의 반투명 배경 위에 굵고 둥근 아이콘을 배치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일정’ 탭에서는 밴드 내 활동 일정을 관리할 수 있고, ‘채팅’ 탭에서는 밴드 구성원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총평: A
네이버가 제공하는 여러 콘텐츠 서비스들이 점점 비슷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디자인과 프로덕트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비슷해지면서, 각 서비스의 작은 차이들이 눈에 띕니다.
밴드는 이번 리뉴얼을 통해 확실히 더 젊고 세련된 인상을 주게 되었지만 밴드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철학과 메시지가 충분히 드러나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전반적인 정보 탐색의 흐름은 단순한 UX로 통일되고 있는데, 세부적인 UI 요소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이러한 차이가 각 서비스의 고유한 경험을 반영한 결과라기보다는 약간의 시각적 변형에 가까워 보입니다.
지금의 주요 흐름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여타 서비스와 비슷합니다. 밴드가 다른 서비스와 다른 본질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함께 활동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경험에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밴드만의 경험’이 디자인을 통해 결정적인 순간으로 더 강하게 표현된다면, 서비스의 정체성이 더욱 선명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