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매듭을 짓고, 일에 대해 생각하다.

사람들과 하는 일

긴 시간 함께 했던 곳을 떠났습니다. 의미 있는 3번째 회사였습니다.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낸 기억이 빠르게 스쳤습니다.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한 충돌, 그 안에서도 잃지 않는 서로에 대한 존중, 그리고 감사히 얻을 수 있었던 고객의 선택. 함께 꾸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의 팀이 되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존경스러운 동료들께 감사의 말을 더 깊게 전하고 싶었지만, 막상 떠날 때는 부끄러움이 많아 애써 농담 같은 말을 했네요.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며 달리다 멈추니 ‘나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직장, 직무, 직책이 아니라 ‘일’ 그 자체에 대해서 말이죠. 나 혼자 보고 듣고 말하고 만들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다양한 사람, 조직과 상호작용해 세상에 더 의미 있는 흔적을 만드는 것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멋진 흔적이란 무엇일까요? 흔적만 남길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이전에 오로지 의미 있는 변화만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목표에 내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정말 의미 있는 변화인지 생각했습니다. 멋진 미사여구로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닐지 의심했습니다. 나는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 걸까요?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요? 사람들과 어떤 일을 어떻게 할 때 행복한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일

우리 가족은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아버지는 목공, 어머니는 건축, 누나는 그림과 노래를 좋아해요. 부모님께서는 몇 해 전 꿈꿨던 한옥 스테이를 만드셨습니다. 부모님께서 단순히 쥐어진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이뤄가는 모습이 항상 존경스러웠죠. 어느 정도 건축이 마무리되어갈 때쯤, 나름 디자이너인 제가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경주 남산 아래 새벽 운무가 깔린 한옥을 보니 시끄러운 것들을 잠시 내려 두고 조용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름이 되어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운정루’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오랜만에 경주로 내려가 구름이 되어 쉬었습니다. 이 좋은 공간을 더 잘 전할 수 있겠단 생각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침 새 카메라를 장만해 세상 모든 것이 피사체처럼 보였는데 잘 됐다고 생각했죠. 하나씩 찍다 보니 하나하나 정말 신경 써서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챙기는 습관은 부모님께 배웠구나 싶었습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가족과 같이 만드니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방문하세요.

나와 함께 하는 일

여정을 마무리하고 다음을 준비하는데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는 아주 달랐습니다. 생각보다 못났고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반복되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리듬으로 나를 보니 신선했습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객체화됐습니다. ‘나’는 온종일 디자인과 연관된 무언가를 만듭니다. 아침에는 좋은 디자인 콘텐츠를 찾고, 낮에는 무언가를 디자인하고, 밤에는 디자인과 관련된 글을 씁니다. 누군가 묻는다면 매번 같은 답을 합니다.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디자인하고 싶다고.

회사, 가족들과의 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매일 디자인만 하는 ‘나’와 함께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긴 호흡으로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운 좋게도 의지할 수 있는 동료이자 가르침을 주는 스승인 배우자와 함께 떠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모여 ‘지금 여행을 떠나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타이밍입니다. 세상에 멋진 흔적을 둘러보고 ‘나’와는 어떤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 합니다. 응원해주세요!

내일 파리로 떠납니다. 여행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려 합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지켜봐 주세요. (와이프 계정이에요!)

생각보다 이불 밖은 재밌었다.

2021년이 끝나갑니다. 모두를 힘겹게 한 코로나는 끝나질 않네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여행 회사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개인, 팀, 조직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편안한 이불 밖이 무서운 내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소극적인 면이 많았는데 올해는 자주 이불 밖으로 나섰습니다. 의외로 세상은 안전했고 재밌었습니다. 이전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성장에 맛을 들이니 가속도가 붙었던 것 같습니다. 익숙한 주제인 디자인과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범위를 벗어나 더 큰 관점을 얻을 수도 있었고요. 기반이 단단해지고 시야가 넓어진 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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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변곡점과 또렷해진 목표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덧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꼭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했는데 여러 일정이 겹쳐 한 달이나 밀렸네요. 아무리 늦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는 마음으로 반기 리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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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디자인, 나의 우주정거장

종종 왜 그렇게 글을 열심히 쓰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 반응은 괜찮은지, 퇴근하고 그런 거 할 에너지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냐고 물어볼 때도 있고요. 스스로도 신기합니다. 가끔은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오늘은 어떤 것을 써볼까’ 하는 생각에 설렐 때도 있습니다. 글쓰기가 설레다니… 언제부터 이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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