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브랜치 디자인 미술관이 새로운 시각 정체성을 공개했습니다. 1919년에 설계된 튜더 리바이벌 양식 저택의 청사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번 작업은 뮬런로우 디자인 스튜디오가 맡았으며 미술관의 방향 전환을 시각적으로 공식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브랜치 디자인 미술관은 기존 명칭이던 건축과 디자인 미술관에서 디자인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며 활동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존 러셀 포프가 설계한 건물은 오랫동안 건축유산의 상징으로 자리해왔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시스템은 이 건축적 배경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오늘의 창의적 활동을 수용하는 유연한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새 로고는 포프가 남긴 원형 설계도에서 가져온 세 개의 박공지붕을 조합해 만든 조각적 형태의 B입니다. 회전시키면 집의 형태가 드러나 미술관이 디자인의 ‘집’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합니다. 로고의 살짝 치우친 배치는 관람객이 관점을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미술관의 철학을 시각적 언어로 담아냅니다.
크리스틴 카발로 관장은 “우리는 이곳을 조용한 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 본다”며 “1919년의 건축이 2025년의 정체성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랜딩 작업은 건물과 도시와 미술관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새 정체성은 로고에 그치지 않고 길찾기 안내와 간판과 상품과 디지털 환경까지 확장됩니다. 모듈형 구조를 기반으로 상황에 따라 색과 구성 요소를 바꿀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관람객이 접하는 물리적 경험과 온라인 경험이 동일한 톤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입니다.
브라질 스튜디오 이블 트윈과 협업한 사운드 아이덴티티도 공개됐습니다. 청사진에 등장하는 지붕선과 창격자와 아치 등을 소리의 패턴으로 변환해 건축 구조를 음악으로 번역했습니다. MLDS의 조앙 파즈 디렉터는 “건축과 음악은 모두 수학적 구조로 이루어진다”며 “건물이 직접 작곡한 듯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브랜드 재구축은 미국 내 디자인 전문 미술관이 약 20곳에 불과하다는 상황 속에서 브랜치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시도입니다. 리치먼드는 예술대학과 광고업계와 창작 생태계가 성장한 도시입니다. 미술관은 이러한 지역의 흐름과 맞물려 디자인 전반을 다루는 기관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지역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정체성이 문화기관의 역할을 다시 질문하는 시점에 맞는 접근이라고 평가합니다. 디자이너 콜린 나이트는 “강한 시각적 태도는 설득력을 갖는다”며 “디자인의 언어를 이해하는 기관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