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발견한 새로운 제품 디자인 중 주목할만한 트렌드를 자세하게 살펴봅니다. 이번 달에는 수퍼 럭셔리, 새로운 시대 새로운 UX, 농담 같은 제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뱅앤올룹슨의 베오 그레이스, 발뮤다의 세일링 랜턴, 몽블랑의 디지털 페이퍼는 예술 작품에 가까운 퀄리티로 심미적 감성을 바탕으로 한 초고가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메타의 스마트 글래스, 낫싱의 이어폰, 로지텍의 MX 마스터 4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UX를 제공하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이케아의 성냥개비 램프, 리세 랩의 노스페이스x포켓몬, 보스의 사운드링크플러스는 SNS에 공유될 수 있는 농담 같은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감성과 심미성의 수퍼 럭셔리
침체기에는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고가는 더 초고가로, 저가는 더욱 초저가로 분화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들 가운데서는 ‘수퍼 럭셔리’급 제품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특히 기존 시장에서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격의 3배를 훌쩍 넘는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단순한 기능적 만족을 넘어, 일관된 브랜드 경험과 심미적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상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B&O, 베오 그레이스
뱅앤올룹슨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플래그십 이어폰 ‘베오 그레이스(Beo Grace)’를 선보였습니다. 가격은 한화로 약 200만 원으로, 일반적인 고급 이어폰의 두세 배를 훌쩍 넘는 수준입니다. 이 제품은 미니멀리즘과 정교한 디테일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브랜드 고유의 미학을 극대화했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뱅앤올룹슨의 전설적인 이어폰 A8의 아이코닉한 형태를 계승했습니다. 기하학적 요소가 병치된 구조는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닮았습니다. 광택이 도는 실버 바디에 검은색 이어팁, 섬세하게 얇게 새겨진 Bang & Olufsen 워드마크, 그리고 날렵하게 뻗은 실버 막대 구조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실버 막대는 앞쪽으로 도드라지며, 반면 검은색 파트는 시각적으로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전체적으로 더욱 얇고 세련된 인상을 전합니다.
충전 케이스는 고급 은세공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조각되었으며, 진주빛 광택 텍스처를 입혀 한층 고급스러운 감성을 더했습니다. 이러한 섬세한 디자인 언어는 뱅앤올룹슨만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며, 예술적 오브제에 가까운 심미적 가치를 제공합니다.



발뮤다x조니 아이브, 세일링 랜턴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러브프롬과 일본의 기술 브랜드 발뮤다가 첫 협업 제품인 ‘세일링 랜턴’을 공개했습니다. 가격은 한화로 약 529만 원으로 랜턴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놀라운 가격입니다.
아이브는 “극한의 해양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랜턴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라고 말하며, 이 제품이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인간성과 창의성에서 비롯된 익숙함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디자인은 고전적인 프레넬 렌즈 조명을 연상시키지만 완전히 새롭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되었습니다.
세일링 랜턴은 복잡한 구조에도 이음새나 분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일체감 있는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발뮤다 특유의 섬세한 디테일과 아이브 특유의 유려하고 매끈한 금속 마감, 그리고 유리 소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설계가 조화롭습니다. 랜턴을 감싸는 프레임은 우아한 곡선으로 형상화되어 제품을 보호하는 동시에 시각적인 부드러움을 더합니다.
조명의 빛 역시 켜고 꺼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불꽃처럼 섬세하게 변화합니다. 붉은 빛이 점차 푸른 빛으로 바뀌고, 불이 꺼질 때도 부드러운 디졸브 효과를 통해 완만하게 사라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마찰을 최소화하고 사용자가 감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반적으로 세일링 랜턴은 조니 아이브가 강조해온 기술과 감성, 기능과 형태의 통합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며, 제품의 실루엣이나 분위기에서는 애플 맥 제품군을 떠올리게 하는 정제된 미감도 엿보입니다.



몽블랑, 디지털 페이퍼
고급 필기구 브랜드 몽블랑이 디지털 영역으로 발을 넓히며 e잉크 기반의 디지털 노트 ‘디지털 페이퍼(Digital Paper)’를 선보였습니다. 미국 기준 905달러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출시 직후부터 ‘럭셔리 전자노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필기 영역에서 테크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더 많은 기능을 갖춘 태블릿 PC와 비교 대상이 되었고, 결국 절대 강자인 아이패드에 밀려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몽블랑은 이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택했습니다. 무엇이든 가능한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몽블랑 고유의 감성과 편의성을 더해 ‘쓰기 경험’ 자체에 집중한 제품을 만든 것입니다.
노트 위에 몽블랑 펜으로 글씨를 쓰는 감각적인 체험에 초점을 맞췄고, 외형 또한 그 감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최고급 가죽 커버와 종이 받침대를 갖춘 디자인, 화면 위에 종이가 얹혀 있는 듯한 시각적 연출 등은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가까운 인상을 전달합니다.
또한 e잉크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종이 질감을 재현한 펜촉은 필기 시의 마찰감까지 섬세하게 구현해 사용자의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몽블랑은 이 제품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손으로 쓰는 경험의 가치’를 되살리고자 합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UX
기존의 사용 경험을 뛰어넘기 위한 다양한 도전이 엿보입니다. 미래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UX를 제시하거나, 익숙한 경험을 해체하고 이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한 사용자 경험이 발견됩니다. 또한 핵심 고객의 니즈에 집중하며, 본질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은 진화된 UX 역시 돋보입니다.
스마트 글래스
메타가 AI 기반 스마트 글래스 3종과 손목형 컨트롤러 ‘메타 뉴럴 밴드’를 공개했습니다.
레이밴 메타 디스플레이는 오른쪽 렌즈에 컬러 디스플레이를 내장했으며, 손목에 착용하는 메타 뉴럴 밴드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문자 입력과 앱 제어가 가능합니다.
레이밴 메타 2세대는 대화 중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컨버세이션 포커스’ 기능과 AI 기반 라이브 기능도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오클리 메타 뱅가드는 운동에 특화되어 가민, 스트라바와 같은 운동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할 수 있으며 격렬한 운동에도 떨어지지 않는 스포츠형 디자인입니다.
이번 제품군에는 메타의 방향성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차세대 스마트 기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집요한 시도, 그리고 애플의 비현실적인 AR 글래스와는 달리 보다 현실적이고 대중적인 디바이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메타는 점차 스마트폰 중심의 앱 생태계를 벗어나, 웨어러블 중심의 미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특히 ‘안경’이라는 카테고리의 특성을 고려해, 기술 디바이스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구글 글래스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메타는 패션 브랜드는 아니기 때문에 레이밴과 오클리 같은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테크 디바이스로 봤을 때 아직 미완성에 가깝지만, 사람들이 패션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착용하면서 점진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새로운 기술 확산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낫싱 이어폰
낫싱이 차세대 무선 이어폰 ‘이어(3)’를 공식 출시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충전 케이스에 마이크를 탑재한 ‘슈퍼 마이크’ 기능입니다. 슈퍼 마이크는 이어폰이 아닌 케이스를 마이크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케이스에 있는 ‘Talk’ 버튼을 누르면 듀얼 마이크가 활성화되고, 이를 입 가까이 가져가 말하면 최대 95dB의 소음을 차단하며 또렷한 음성 전달이 가능합니다. 단순한 통화 외에도 음성 메모 녹음, 음성 비서 호출, 낫싱 OS의 ‘에센셜 스페이스’ 앱과 연동된 자동 녹음 및 텍스트 변환 기능도 지원됩니다.
이번 제품은 낫싱이 기존 스마트폰과 주변기기 시장의 관행을 깨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디자인과 기능으로 조명을 받았지만,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다름’을 위한 무리한 시도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이어폰만으로 통화를 할 경우 수신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며, 또렷한 통화를 위해선 결국 주머니나 가방에서 케이스를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케이스보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직접 사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낫싱은 확실히 Think Different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매니아층을 넘어 더 넓은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더욱 직관적이고 유연한 UX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로지텍 MX 마스터
로지텍이 전문가를 위한 프리미엄 마우스 ‘MX 마스터 4’를 공식 출시했습니다. 이번 신제품은 로지텍 마우스 최초로 햅틱 피드백 기능을 탑재해, 손끝의 컨트롤 감도를 한층 정교하게 끌어올렸습니다. 사용자 맞춤 진동 설정을 통해 영상 편집, 디자인 작업 등 섬세한 제어가 필요한 환경에서도 몰입감 있는 사용 경험을 제공합니다.
MX 마스터 4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액션 링(Action Ring)’은 Logi Options+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동하는 디지털 오버레이 기능입니다. 사용자는 원하는 위치에서 단축키, 도구, 명령어를 바로 불러올 수 있으며, 반복적인 마우스 움직임을 최대 63% 줄이고 작업 시간을 최대 33%까지 단축할 수 있습니다. 포토샵, 엑셀 등 주요 앱과 연동되어 빠른 작업 흐름을 만들 수 있으며, 여러 기기 간 전환도 부드럽게 지원됩니다.
MX 마스터 시리즈는 기존 마우스 시장에서 주로 게이밍 성능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생산성과 전문 작업을 위한 도구로서의 방향성을 고수해 왔습니다. 정밀한 휠 조작과 다양한 버튼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컴퓨터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번 신제품은 여기에 하드웨어적으로는 햅틱 UX,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액션 링이라는 두 가지 주요 기능을 추가하며 진화했습니다.
특히 크리에이터나 전문가들이 다루는 영상·그래픽 작업에서, 단순히 마찰 없이 미끄러지는 움직임만으로는 세밀한 조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레임 단위로 ‘툭툭’ 피드백을 주는 햅틱 반응은 훨씬 더 직관적이고 정밀한 컨트롤을 가능하게 합니다.
액션 링은 최근 많은 사람들의 책상 위를 점령하고 있는 매크로 키패드의 기능을 소프트웨어화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우스를 사용하는 동안 오른손이 본체에서 떨어지지 않고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이번 제품은 단순한 입력 도구를 넘어서, 마우스가 디지털 인터페이스 조작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AI와 자연어 기반 조작이 점점 확산되고 있지만, 정밀한 컨트롤이 필요한 작업 영역에서는 여전히 물리적인 디바이스가 필요하며, 로지텍은 바로 그 영역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로지텍이 이처럼 생산성과 정교한 컨트롤을 위한 도구로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농담 같은 일상용품
숏폼의 시대, 짧은 순간 안에 관심을 끌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웃기고 재미있는 것이 승리하는 흐름 속에서, 농담처럼 위트를 더한 제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죠. SNS나 영상 속에서 공유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런 ‘보여지는 재미’를 가진 제품들입니다.
이케아, 성냥개비 램프
이케아는 거대한 성냥개비 3개를 겹친 것 같은 조명 스트롤라을 출시했습니다. 성냥 3개비를 교차시킨 디자인으로 성냥 머리 부분에서 빛이 나옵니다. 이케아는 익숙한 물건을 크게 만들거나 맥락에 맞지 않은 공간에 두는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엄청나게 거대한 성냥개비가 자신의 본질에 맞게 빛을 비춘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일상 생활에서는 혼자 너무 눈에 띌 것 같지만 SNS에 공유하고 싶을 만큼 강렬한 디자인입니다. 만약 집에 손님이 온다면 공유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입니다.



리세 랩, 노스페이스 피카츄
리세 레이버토리(Lise Laboratory)가 이번에는 노스페이스 아우터를 리폼해 포켓몬 캐릭터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리세 레이버토리는 ‘Playful Clothing Design and Customs’를 모토로 내세우며, 창의적이고 유쾌한 디자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트리트웨어 커스텀 브랜드입니다. 주문 제작 방식과 독특한 디자인 요소로 매니아층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노스페이스의 패딩과 바람막이 등 아웃도어 의류에 포켓몬 캐릭터를 직접 자수로 새겨 리폼한 컬렉션입니다. 단순한 프린팅이 아닌, 정교한 자수로 포켓몬의 표정과 디테일을 섬세하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의상 고유의 색감과 어울리는 포켓몬을 선택해 조화를 이뤘습니다. 만약 아웃도어 옷에 스카잔 스타일의 자수만 결합되었다면 이질감이 컸을텐데, 귀여운 포켓몬 캐릭터가 전체 컨셉을 묶어줘서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아웃도어 패션과 캐릭터 디자인의 독특한 만남이 브랜드 특유의 장난기와 정체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보스, 사운드 링크 플러스
보스가 휴대용 스피커 ‘사운드링크 플러스’의 새로운 색상 ‘시트러스 옐로우’ 출시를 기념해 독특한 인플루언서 키트를 선보였습니다. 이번 키트는 전자기기 패키지로는 이례적으로,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터 포장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인상적인 패키지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CNC가 기획했습니다. 스피커의 직사각형 형태를 그대로 살려 마치 버터 블록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으며, 부드러운 크림색 포장지와 파란 눈금이 그려진 측면 디테일까지 더해져 실제 버터 포장과 혼동할 만큼 정교한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제품 색상이 이름처럼 ‘시트러스(귤)’에 가깝지만, CNC는 시각적으로 더 익숙한 버터색에 착안해 이 기발한 콘셉트를 완성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스피커와 버터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그 전혀 다른 두 요소를 연결하는 위트 있는 농담이 오히려 제품의 개성과 인상을 더욱 강하게 각인시킵니다.
만약 이 스피커가 정말로 ‘버터’ 컨셉으로 팔렸다면, 사용 중에 녹아버릴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CNC는 영리하게 한정판 인플루언서 키트로만 패키지를 제작했으며 소셜미디어에서 인상적인 공유될 몇 컷을 만들어 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