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전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Jony Ive)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러브프롬(LoveFrom)과 일본의 기술 브랜드 발뮤다(Balmuda)가 첫 협업 제품 ‘세일링 랜턴(Sailing Lantern)’을 공개했습니다. 조용하지만 익숙한 아름다움을 담은 이 포터블 조명은 정밀한 엔지니어링과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결합한 오브제로, 기능성과 감성을 동시에 구현했습니다.
조니 아이브는 어린 시절부터 즐겨온 요트 항해 중 사용할 단단하고 감각적인 랜턴을 찾던 경험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극한의 해양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랜턴이 없다는 게 놀라웠습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가 만든 디자인은 고전적인 프레넬 조명을 연상시키지만, 단순한 복고가 아닌 인간성과 창의성에서 오는 익숙함을 목표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일링 랜턴은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 안에 유리 질감의 LED 조명을 품고 있습니다. 1.5kg의 무게를 가진 이 조명은 보석처럼 정교하게 제작됐지만, 아이브는 “이건 소중한 장식품이 아니라 실용적인 도구”라며 직접 손에 들고 던지며 내구성을 보여줬습니다. 꽃잎 모양 다이얼은 부드럽게 클릭하며 불을 켜고 끄고, 질감 있는 폴리에스터 끈은 염분과 자외선, 오일에 강한 스테인리스 버튼으로 고정됩니다. 그는 시간이 지나 긁히고 마모되면서 오히려 더 멋지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명의 빛도 특별합니다. 밝기를 조절하면 빨갛게 시작된 빛이 점점 푸른빛으로 변하며 자연의 불꽃처럼 변화합니다. 이는 발뮤다가 이전부터 개발해온 적색·백색 LED 조합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불을 끌 때도 부드럽게 어둠 속으로 사라지듯 꺼져, 촛불이나 모닥불처럼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조니 아이브는 제품 디자인에 있어 언어와 감각의 경험을 중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끄다’라는 말이 아니라 ‘소등하다’는 단어에서 더 많은 상상과 여운이 느껴진다”고 전했습니다. “이 조명은 그 단어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오브제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협업 자체에 있습니다. 발뮤다의 창립자 데라오 겐(Gen Terao)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팀의 기술 수준이 확연히 향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아이브의 높은 완성도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처음 겪는 정밀도와 마감 품질을 따라가기 위해 많은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