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브랜드는 해외에서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를 모방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과 기능을 그대로 가져오고, 외국 기업의 자국 진출을 까다롭게 막으며 내수 시장의 보호 속에서 성장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방을 넘어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역동적인 변화가 감지되는 분야는 ‘커피’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루이싱 커피는 회계 스캔들 이후 몰락한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하며 부활 신화를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더 이상 따라만 가는 브랜드가 아닌 중국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그중에서도 독창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디자인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들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루이싱 커피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 瑞幸咖啡)는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설립되어, 스타벅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테크 기반 커피 브랜드입니다. 설립 초기부터 ‘모바일 오더’를 중심에 두고, 테이크아웃 및 배달 중심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전통적인 카페 운영 방식과는 전혀 다른 사용자 흐름을 창출해냈습니다.
소비자는 전용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하고 매장에서 빠르게 픽업하거나 배달받는 방식으로 제품을 소비하며, 이는 회전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밀레니얼·Z세대에게 익숙한 UX를 제공합니다. 공격적인 할인 정책, 간편한 결제 시스템,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는 브랜드 확산을 가속화했고, 2023년에는 중국 내 스타벅스보다 많은 매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 차례 회계 부정 스캔들로 신뢰 위기를 겪었지만, 이후 구조조정과 전략 전환을 통해 회복세에 돌입했고, 현재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브랜드 디자인

루이싱 커피의 브랜드명 “Luckin”은 영어 단어 “Lucky”에서 파생된 조어로, 이름 자체에 긍정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중국어 명칭인 瑞幸(ruì xìng) 역시 “상서롭고 행운이 깃든” 의미를 내포해, 한중영 3개 언어에서 모두 직관적으로 ‘행운’이라는 이미지를 공유합니다. 슬로건 “Luck in Hand”는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강화하며, 젊은 도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고 활기찬 인상을 전달합니다.
시각적으로, 루이싱 커피는 채도가 높은 짙은 블루 컬러를 주요 색상으로 채택하여, 초록색을 대표 색으로 사용하는 스타벅스와 명확하게 차별화하였습니다. 이 블루 컬러는 디지털 기반 브랜드로서의 기술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로고 속 사슴 이미지는 밤하늘 속 달을 배경으로 돌아보는 사슴을 연상시키며, 단순한 속도감보다는 휴식과 안정감, 그리고 기품 있는 시선을 드러냅니다. 귀, 코, 뿔 등 세밀한 디테일 묘사는 브랜드의 정교함과 진중한 성격을 표현하며, 원형 로고와 뿔의 교차 지점은 미묘한 시각적 긴장감을 통해 기억에 남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이는 단순히 기능적 커피 브랜드를 넘어서 브랜드 감성까지 아우르는 디자인 언어로 읽힙니다.

공간 디자인

루이싱 커피의 매장 구성은 기존 카페의 “머무는 공간” 개념을 벗어나, 철저히 회전율과 효율성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매장은 10~30㎡ 규모의 소형 매장으로 운영되며, 좌석은 거의 없거나 극소수만 존재하고, 오직 빠른 픽업을 위한 구조로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매장 내부는 화이트와 블루 컬러가 조화를 이루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시각적으로 일관되게 전달합니다. 디지털 사이니지, 키오스크, QR코드 중심의 주문 환경은 고객이 앱 또는 무인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주문하고 커피를 수령할 수 있게끔 유도합니다.
최근에는 무인 커피머신, 로봇 바리스타를 도입한 스마트 매장이 확산되며, 기술 기반의 공간 혁신 실험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을 넘어, ‘테크+커피’라는 브랜드 철학을 오프라인에서도 구현하는 전략적 연장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소 커피

시소 커피(Seesaw Coffee, 小椅咖啡)는 2012년 상하이에서 설립된 중국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개척자로서, 현지 커피 문화의 질적 성장과 프리미엄화를 이끈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Seesaw’라는 브랜드명은 커피 한 잔에 담긴 균형과 조화를 상징하며, 단순한 음료를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설립 초기부터 중국산 고급 원두의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하였으며, 운남성 등지의 로컬 농장과 협업을 통해 중국산 스페셜티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소개해왔습니다. 이는 ‘중국산 커피의 재발견’이라는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또한 감성적 브랜딩과 복합문화 공간으로서의 매장 운영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감성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알리바바와 CMC 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전국적인 확장 기반을 마련하였고, 이후 중국 30여 개 도시에 수십 개의 매장을 열며 고급 커피와 로컬 감성의 융합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디자인

브랜드명 ‘Seesaw’는 상호작용과 균형의 상징인 시소에서 유래되었으며, 커피가 사람, 공간, 감각, 일상 사이의 균형을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라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브랜드 슬로건은 ‘A Cup of Good Idea’로, 커피 한 잔이 영감과 창의성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2022년 리브랜딩을 통해 도입된 로고는 직관적인 커피잔 아이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치 한 획으로 그린 듯한 마커펜 스타일의 선으로 표현되어 젊고 자유로운 감성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선(line)’을 중심으로 구성된 시각 언어는 매장, 패키지, 포스터 등 다양한 브랜드 접점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커피를 매개로 한 사람과 생각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색상, 레이아웃, 그래픽 등의 요소 또한 통일감 있게 설계되어 오프라인 매장, 패키징, 온라인 채널 전반에 걸쳐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감각적이고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며, Seesaw만의 창의적인 브랜드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공간 디자인

시소 커피의 매장 디자인은 전통적인 카페 공간을 넘어 예술적 감성과 지역 문화가 녹아든 복합적인 경험 공간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북경 조양 Joycity 몰의 매장은 Nota Architects의 설계를 통해 실내에 자연 풍경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목재 데크, 이끼, 바위, 식물, 안개 효과 등 자연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실내에서도 외부 자연을 걷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매장은 층간 단차를 활용해 ‘널판지 길 → 수면 → 떠 있는 오두막 → 선상 정원’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구성하여, 고객이 공간을 이동하면서 마치 자연 속을 흐르듯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한편, 소주 매장에서는 중국 고전 정원의 빛과 그림자에서 영감을 받은 설계를 통해 더욱 서정적이고 시적인 공간을 완성하였습니다.
또한 Takeshi Hosaka가 설계한 매장에서는 중국산 커피 원두의 산지를 강조하고, 천장에 다양한 크기의 거울을 배치하여 외부의 도시 풍경과 사람의 움직임이 실내에 반사되도록 연출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도시의 활기와 브랜드 감각을 하나의 공간에 통합하였습니다.
이처럼 시소 커피의 공간 디자인은 단순한 음료 소비를 넘어 감각적 경험과 커뮤니티, 창의성이 함께 흐르는 ‘움직이는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새턴버드

새턴버드(SATURNBIRD, 三顿半)는 2015년 중국 창사에서 시작된 신흥 커피 브랜드로, 커피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하루를 디자인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삼둔반(三顿半)”이라는 독특한 한자 브랜드명은 하루 세 끼 반, 즉 커피가 네 번째 끼니처럼 필수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속 커피의 존재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설립 초기부터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대중화에 주력하였고, 물 없이도 우유나 두유에 타 마실 수 있는 슈퍼 인스턴트 커피(Super Instant Coffee)로 빠르게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이 제품은 기존의 즉석 커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새턴버드만의 새로운 소비 방식을 만들어냈습니다.
새턴버드는 단순한 커피 브랜드를 넘어, 창의적인 경험과 지속가능한 소비, 새로운 리듬의 일상을 제안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밀레니얼 및 Z세대 사이에서 가장 감각적이고 혁신적인 커피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브랜드 디자인

새턴버드의 브랜드 디자인은 기능성과 감성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대표적인 시각 아이덴티티는 컬러 넘버링이 붙은 작은 커피 캡슐로, 제품의 농도와 특성을 숫자로 표현하여 소비자에게 직관적이고 맞춤형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넘버링 시스템은 브랜드와 사용자 사이의 감각적 소통 수단으로 작용하며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깁니다.
패키지 디자인은 통일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꾸준히 확장되고 있습니다. 친환경 용기, 아티스트와의 한정판 패키지 등은 새턴버드가 단순한 소비재 브랜드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디자인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 촬영 스타일 등 전반적인 비주얼 시스템은 절제된 감각과 여백 중심의 조형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가 제안하는 느긋하고 집중력 있는 일상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간 디자인

새턴버드의 오프라인 매장인 SATURNBIRD MINI는 전통적인 카페의 역할을 넘어 브랜드 철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험적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하이, 청두, 광저우 등지에 위치한 매장들은 각기 다른 콘셉트로 설계되며, 미니멀하고 몰입도 높은 커피 경험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청두의 ‘0호점’은 리필 스테이션, 커피 실험실, 리사이클 바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문자가 직접 용기를 가져와 커피를 리필하고 새로운 맛을 실험하거나 브랜드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공간 전략은 새턴버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지속가능성과 커뮤니티 정신을 구체화한 사례입니다.
또한 새턴버드의 매장 디자인은 고정된 틀을 따르기보다는 도시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구성됩니다. 도시별 맞춤형 공간 실험을 통해 브랜드는 지역성과 사용자 경험을 연결하며, 커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시 문화와 공간 경험을 창조해가고 있습니다.


결론
신기술 흡수가 빠른 무서운 나라 중국
중국은 언제나 빠른 나라였습니다. 그것은 단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약을 넘는 방식으로 기존의 규칙을 재정의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한때는 도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타 브랜드를 모방하거나,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던 전략이 시장 전반을 지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 브랜드는 ‘모방자’에서 ‘창조자’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중국의 커피 브랜드들은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운영 모델, 극단적인 효율성, 디지털 친화적인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라는 단계를 건너뛰고 QR코드 기반 금융 시스템으로 직행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브랜드들은 기술적 진보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갑니다. 그래픽 표현 역시 과감하고 정교하며, 단순한 소비재 브랜드를 넘어 감각적인 시각 언어와 브랜드 정체성을 함께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계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는 시대지만, 그 안에서 중국 브랜드만의 개성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로봇이 커피를 내리는 매장, 앱 기반 무인 주문 시스템, 고속 운영을 위한 자동화 매장 구조는 이미 현실이며, 앞으로는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더 저렴하고 빠른 커피 소비 경험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저가 대량 생산’의 대명사였던 중국은 이제 신기술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새로운 실험 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글로벌 브랜드를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 그리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커피 문화가 곧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다음 세대의 커피는, 어쩌면 중국에서 먼저 도착할지도 모릅니다.
더 보기 및 출처
루이싱 커피
- https://en.wikipedia.org/wiki/Luckin_Coffee
- https://ai-analytics.wharton.upenn.edu/wp-content/uploads/2022/02/Luckin_Case_Study.pdf
- https://perfectdailygrind.com/?p=96394
- https://www.fcsi.org/foodservice-consultant/asia-pacific/luckin-good-battle-chinas-coffee-market/
- https://www.theguardian.com/food/2025/jul/30/rapid-rise-luckin-coffee-end-starbucks-supremacy
- https://www.wsj.com/business/retail/china-luckin-starbucks-coffee-chain-6f0999a5
시소 커피
- https://www.world-architects.com/en/takeshi-hosaka-architects-tokyo/project/seesaw-coffee
- https://www.smartshanghai.com/articles/business/made-in-china-seesaw-coffees-tom-zong
- https://www.archdaily.com/916868/seesaw-coffee-nota-architects
- https://dailycoffeenews.com/2018/11/13/unpacking-coffee-with-kandace-and-ray-seesaw-coffee/
- https://www.behance.net/gallery/140555377/Seesawa-cup-of-good-idea?locale=en_US
새턴버드
- https://www.foodnavigator-asia.com/Article/2024/08/01/china-s-saturnbird-aims-to-pull-young-consumers-with-convenient-price-friendly-coffee
- https://daxueconsulting.com/china-instant-coffee-saturnbird/
- https://www.apple.com/business/small-business/success-stories/saturnbird/
- https://www.warc.com/content/feed/coffee-in-china-saturnbirds-instant-success-story
- https://en.saturnbird.com/superextr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