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반짝이는 그들 각자의 꿈 1 – 디저트&커피

저희 부부는 세상의 재미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2년마다 사는 곳을 바꾸고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것과 살아보는 것은 차이가 컸습니다. 끝이 정해진 것만으로도 시간의 밀도 역시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동네를 산다기보다 긴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번 주까지는 연남동에서 살았습니다. 대학 시절 혼자 살던 곳에 반려자와 함께 사는 것이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당연하다 생각해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여유가 없어 발견할 수 없었던 공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취향이 듬뿍 담긴 작은 가게가 많아 마치 파리의 부티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커다란 보석함에서 보석을 찾는 기분이었습니다. 길게 뻗은 아름다운 공원이 근처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았습니다. 적당한 난이도의 산과 가볍게 뛰어 한강까지 보고 올 수 있는 강 역시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창조하는 사람들의 꿈과 극내향 집돌이를 매일 산책하게 만든 자연이 있었던 연남동. 알알이 새겨진 기억을 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먹은 것을 잊게 하는 달콤한 디저트

디저트는 프링글스면 충분했던 제게 연남동의 디저트는 맛의 충격이었습니다. 제육덮밥을 사랑하는 청년이 이타닉 가든을 처음 먹었을 때의 충격과 비슷할 것 같네요. 먹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디저트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같은 종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주를 준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컸습니다.

파리 구르멍

연남동에 이사했을 때 오픈한 가게로 연남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게입니다. 이것이 맛있는 디저트구나!를 가르쳐준 감사한 가게입니다. 레몬 베이스의 맛과 훌륭한 빵의 조화가 맛있고 바게트에 크림을 찍어 먹는 세트는 한 입 시작하면 한 번에 다 먹게 됩니다. 수많은 연구 끝에 살아남은 베스트 셀러 초이와 앙상블은 꼭꼭 먹어봐야 합니다. 홍대입구역에서 경의선 숲길 공원을 따라 걷다가 왼쪽으로 길을 건너 조금만 들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프롬 딥그린

이사한 곳에서 한 블럭만 걸어가면 갈 수 있었던 디저트 가게입니다. 얼그레이 마들렌을 한 입 먹었을 때 ‘아… 지금까지 내가 먹은 마들렌은 도대체 뭐지?’ 라는 말이 튀어나온 곳입니다. 겉은 적당히 바삭하고 안은 환상적으로 촉촉합니다. 휘낭시에는 하루 두었다가 먹으면 더더 쫀뜩하면서도 촉촉해집니다. 홍익 디자인 고등학교와 경성 중고등학교의 바로 뒤 골목에 있습니다.

애니브

연희동에 있는 디저트 끝판왕입니다. 섬세한 공예품 같은 디자인과 맛의 밀도가 풍부하고 깊습니다. 딱딱한 것과 부드러운 것, 건조한 것과 촉촉한 것과 같이 디저트를 맛을 표현하는 여러 기법을 하나의 디저트 안에 녹입니다. 포크로 디저트를 집어 입술에 닿아 이빨을 거쳐 혀에 닿는 모든 단계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집니다. 단언컨대 한국에서 이보다 섬세한 디저트를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연희동의 사러가 마트 옆 골목에 있습니다.

라보아르

프랑스 남동부 작은 마을 이름으로 지은 작고 아담한 디저트 가게입니다. 오픈할 때 들러 감각적인 로고는 누가 만들었나 싶었는데 본인이 디자인하셨다고 해 놀랐습니다. 이런 감각이라면 디저트도 훌륭하겠지 생각했는데 정답이었습니다. 바닐라 카라멜 밀푀유를 한 입 먹었을 때 파리의 유명한 파티세리 피에르 에르메는 저리가라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너무 달지 않고 복합적인 맛이 나는 크림과 바사삭 부서지는 수천겹의 밀푀유에 혀가 즐거웠습니다. 툭툭 누들타이 뒷 골목에 있습니다.

피에트라

끝남동에 있는 젤라또 가게입니다. 아이스크림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깊게 고민해 재료를 엄선하고, 재료 본연의 맛이 훨씬 더 풍성하게 전달되게 조합하는 창의적인 가게입니다. 견과류를 이용한 맛이 독특합니다. 브론테 피스타치오, 소산원 말차가 충격적으로 맛있습니다. 살짝 더운 날 젤라또 하나 사서 연트럴 파크를 걸으세요.

17도씨

초콜릿 끝판왕. 오매불망 초콜릿 아이스크림 시즌이 오기만 기다렸습니다. 아쉽게도 아이스크림은 겨울에는 팔지 않아 슬펐습니다. 아이스크림 말고도 핫초코나 초콜릿 봉봉은 그저 그런 초콜릿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빙수 역시 강력 추천. 그냥 단 맛이 아니라 카카오 특유의 씁슬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느껴지는 ‘초콜릿’의 진짜 맛이 무엇인지 심도 깊게 연구하고 전달하는 곳입니다. 연트롤 파크에서 연남 파출소를 지나 두 블럭 정도 가다 오른쪽에 있습니다.

커피, 내러티브가 읽히는 달고 쓰고 신 맛

디저트하면 빠질 수 없는 커피. 한국의 커피 문화가 깊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맛있을줄 몰랐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 콩을 직접 로스팅하고 만든 시그니쳐 커피를 비교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최근 등장한 에스프레소 바는 커피로 낼 수 있는 맛의 한계를 넓혀주었습니다.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칵테일 같이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경험이 짜릿했습니다. 덩달아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 먹는 것이 귀찮음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었네요.

무슈 부부 커피 스탠드

연남동 근처의 망원동에서 가장 처음 만났던 에스프레소 바입니다. 아메리카노 아니면 라떼 밖에 몰랐던 우리에게 커피 맛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하고 다른 재료와 합쳐졌을 때 어떤 맛이 나는지 가르쳐 준 곳입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방문하게되는 마음 속의 오리지널입니다. 레몬 노마노와 크림 콘파나 강력 추천!

  •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로 13 1층
  • 시간: 12:00 ~ 21:00 (목 정기휴무)

연희 에스프레소 바

깔끔하면서 섬세하게 조율된 맛이 일품인 에스프레소 바입니다. 주말 아침 연희동으로 가볍게 산책을 나가면 꼭 들렀습니다. 마실 나온 동네 강아지들이 모여서 뒹굴거리는 광경이 참 평화롭습니다. 오랜 추억을 담은 연희동처럼 시간이 켜켜히 쌓이길 바라는 마음에 다시 카페를 오픈한 사장님. 17년 동안 커피를 사랑해 온 그 마음이 커피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잼이 들어간 연희 에스프레소를 꼭 드셔보세요.

  •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36 1.5층
  • 시간: 8:30 ~ 17:00 (화 휴무)

다크 에디션 커피 – (구) 라우터

힙한 로컬 커피의 대명사 라우터 커피. 홀연히 문을 닫았다가 최근 다크 에디션 커피라는 이름으로 다시 열었습니다. 궁동공원으로 트래킹하다 연희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아지트 같은 곳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놀란 것은 수도 없이 많은 싱글 오리진 커피. 무려 1잔에 13만원이나 하는 커피도 있습니다. 다양한 싱글 오리진 필터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꼭 방문!

  •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마길 12 1층
  • 시간: 8:00 ~ 20:00 (화, 수 정기휴무)

프롬 헤라스

주말 아침에 운동 나가기 전 꼭 들렀던 카페. 오픈할 때부터 방문했습니다. 매력적인 아트워크부터 마음에 들었었는데 커피는 두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특히 여러 커피 콩의 맛을 음계로 표현해 구분한 것이 매력적입니다. 맛의 스펙트럼을 쉽게 넓힐 수 있는 카페입니다. 이전에는 기계로 내려줬었는데 다른 지점 확장으로 기계가 이사를 가서 손으로 내려주십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손으로 내리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 맛있으니 그냥 가서 취향에 맞는 맛 골라 마시길 추천.

  •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로 77 1층
  • 시간: 10:30 ~ 17:30 (휴무 없음)

칼라스

칼라스 커피는 커피로스팅 챔피언인 최민근 대표가 이끄는 로스팅 전문 회사라고 합니다. 성산점에는 로스팅 기기가 있어 본진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맛이 깊고 풍성합니다. 특히 라떼 계열의 부드러운 우유와 살짝 고소한 커피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성산점에만 있는 성산 라떼가 정말 맛있어서 사실 얘만 엄청 먹었던 것 같네요.

  •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6길 16
  • 시간: 10:00 ~ 18:00 (일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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