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방법: 드디어 디자인 클래스를 열었습니다.

깊은 이론과 빠른 실무 사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결국 해냈습니다. 나는 기획자인지 디자이너인지 개발자인가… 돌아보니 눈물이 날 것 같네요.

그동안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책, 강연, 온라인 강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제안 주셨습니다. 좋은 기회들이었지만 이미 세상에 멋진 책과 강의가 참 많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간은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세상에 더 나은 것을 더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뭔가 다른 것을 만들려면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중간에 서 있다는 생각했습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본질적 이론이나 효과를 낼 수 있는 실무 양쪽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의라면 디자인의 본질을 이해하면서도 현실에 쓸모가 있는 강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 만드는 법을 담은 클래스를 만들었습니다.

https://designcompass.org/courses/ui-design/

‘디자인’ 그 자체에 집중하기

디자인을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100번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글이나 영상으로 지식을 전달했지만 그것만으로 정말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진짜 내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식을 써봐야 합니다. 그리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가 되었을 때. 진정한 내 지식이 되죠. 어떻게 하면 지식을 써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남에게 설명해 볼 수 있을까? 어떤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탐색했습니다.

여러 조건을 고려하니 사람, 돈, 시간이 너무나 많이 들었습니다. 핵심 경험에 대한 고민보다 자질구레한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러다간 영원히 못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내 호흡에 맞춰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이라는 아름다운 언어를 알고 세상을 밀도 높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아주 먼 미래의 꿈이지만 그곳에 도달하려면 더 자유롭고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홀로 만족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이상, 회사의 이익을 위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진정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고요. 다들 회사의 성공과 성장을 위해 몰입해서 달리는 것은 이미 잘하고 있으니 저는 회사의 맥락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디자인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서비스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다들 아실 겁니다. 저는 계속할 것이라는 것을.

한동안은 고객에게 긍정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이번 클래스에 최대한 실무에 사용할 수 있는 본질을 담았지만 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채우지 못한 것과 또렷하게 만들 것도 많아 계속해서 다듬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진짜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한 UX 디자인, 고객의 선택을 받는 프로덕트 디자인에 대한 클래스도 열 예정입니다.

디자인 웹 매거진을 만드는 것. 디자인 클래스를 만드는 것. 대학생 시절부터 눈 감고 떠올리던 오랜 꿈이었습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기분이 짜릿하네요. 아직은 공유하지 못한 많은 꿈들도 금방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에 부푸네요. 즐거운 도전을 이어나가 어서 브랜드, 그래픽, 미학, 예술도 채우고 싶네요.

길고 길 이 여정에 지치지 않게. 꼭 필요했지만 없던 것을 채우며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게.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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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가 터져서 물바다가 된 옥탑방 화장실에서 2달 밀린 월세 독촉 문자를 받았었습니다. 현실을 마주했을 때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무슨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 무슨 일로 돈을 벌 수 있는지도 몰라서 한참을 헤맸습니다. 도서관의 디자인 책장의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까지, 서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었던 노력이 물거품같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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