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중심에서 기술 중심이 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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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경험보다 효율적인 최적화

요즘 디자인 콘텐츠를 보면 묘한 변화가 느껴집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용자 중심 사고”는 너무나 당연한 전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피드를 채우는 건 “몇 초 만에 시안 뽑기”, “AI로 이미지 제작비 줄이기” 같은 생산 효율 이야기들입니다. 디자인의 시선이 고객에서 공급자로 돌아선 것입니다.

자본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곳보다 기술을 내재화하고 생산 속도를 높이는 곳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효율을 높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효율로 공략할 시장이 함께 커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성장하는 시장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진 소비자가 곧 공급자가 되어 도구를 사는 시장뿐입니다.

왜 기술 중심이 됐을까?

시장 성장이 멈췄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투입되어 성장하는 곳에 기회가 생기고, 디자인 역시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투자받는 대상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실물 경제 성장이 멈추고 세계 정세마저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워지면서, 기업들은 현재 시장보다 미래에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는 기술에 베팅하기 시작했습니다. AI는 그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AI 기술은 근간을 흔드는 혁신이기 때문에 많은 분야를 위협하지만, 곧바로 모든 도메인을 독점하는 건 아닙니다. 각 도메인에는 저마다 경쟁 우위를 만드는 요인이 다르고, 빠르게 많이 만든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시대는 오지 않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경험인 초기 국면입니다. 머지않아 경쟁은 다시 경험의 품질로 수렴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기술을 가장 빨리 쓴 곳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가장 뚜렷한 경험을 만들어온 곳입니다. 지금 이 시기는 기술을 연구하고 내재화하면서도, 자신의 도메인을 꾸준히 운영하고 방어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기술은 무기이지 목적지가 아닙니다.

지금 디자인이 해야 할 것

그렇다고 시장의 성장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경쟁에 참여조차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작은 단위부터 기술을 적용하고, 그렇게 조금씩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의 반경을 넓혀가야 합니다.

그 다음은 차별화입니다. 누구나 같은 도구로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서비스와 제품을 가르는 것은 결국 그 안에 담긴 고유한 시각과 해석입니다. 디자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작동합니다.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독점적인 경험과 인식을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창의성은 신기한 것을 만드는 능력이 아닙니다.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재배치해 이전보다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입니다.

AI가 반복과 생산을 대신할수록, 인간에게 남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이 재배치의 감각입니다.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되,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것. 그 언어가 쌓일수록, 기술이 평준화된 미래에도 대체되지 않는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박종민
프리랜서에서 유니콘급 스타트업 헤드 오브 디자인까지. 18년 넘게 브랜드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며 임팩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나침반 CEO이자 편집장으로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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