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땅을 담은 지폐 디자인

스튜디오 마르쿠스 크라프트가 스위스 국립은행 차기 지폐 디자인 공모를 위해 제안했던 시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안은 자문위원회 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최종 제작안으로 채택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스위스의 지형과 통화의 상징성을 한 장의 지폐 안에 설득력 있게 엮어냈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디자인의 출발점은 스위스라는 나라의 지리적 조건입니다. 스위스 국토의 약 70퍼센트는 산악 지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고도는 단지 풍경의 문제가 아니라 정착 방식과 문화 경제 활동 전반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여기에 스위스 프랑이 오랫동안 국제적으로 안정성과 신뢰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점을 연결해 크라프트는 하나의 개념을 세웠습니다. 바로 암석입니다. 암석은 스위스 땅의 물리적 기반이면서 동시에 단단한 통화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매개가 됩니다.

지폐 앞면에는 서로 다른 고도에서 수집한 돌이 등장합니다. 각 암석은 실제 크기로 정밀하게 촬영됐습니다. 저지대의 강 자갈부터 고산지대의 수정까지 이어지는 구성은 단순한 표본 배열이 아닙니다. 각각의 돌은 특정 장소의 초상인 동시에 긴 지질학적 시간을 품은 흔적으로 작동합니다. 지폐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국토의 물성과 시간을 담는 매체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뒷면은 스위스토포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추상적 풍경으로 구성됐습니다. 실제 지형 정보를 지형과 빛 형태의 조합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스위스의 정착 구조도 시각적 단계로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어디에 어떻게 자리 잡고 살아가는지가 수직적인 국토 구조와 함께 읽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이 안의 강점은 앞면과 뒷면의 관계에 있습니다. 앞면은 광물 표면의 촉감과 밀도를 통해 미시적인 거리감을 보여줍니다. 반면 뒷면은 풍경과 지형의 넓은 시야를 통해 거시적인 스케일을 드러냅니다. 손안의 지폐 안에서 물질과 풍경 가까움과 멀어짐이 하나의 대화 구조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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