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묻는 ‘당신이 살고 싶은 미래’

토스가 오리지널 뮤직비디오 ‘Spectrum’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은 따뜻한 빛이 느껴지는 색감 위에 독특한 일러스트로 표현된 ‘Spectrum’이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됩니다.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싶나요?”라는 질문이 등장한 뒤, 감각적인 이미지가 빠르게 펼쳐집니다.

몽환적인 아도이의 목소리가 흐르고, 화면은 꿈속을 유영하듯 흘러갑니다. 꽃과 나무, 사람들. 동물과 사람들. 빛을 따라 일렁이는 사람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그래픽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동안 토스의 영상은 자동차를 탄 위인으로 돈의 자유를 표현하거나 사기꾼을 유령으로 표현하는 등 서비스의 본질을 재치 있게 은유하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Spectrum’은 토스를 시각적으로 직접 설명하는 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이미지에 대응하는 서비스도 바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토스가 만들었다는데 금융도 로고도 없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Toss Impact라는 글자만 남아 있습니다. 토스는 왜 이런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을까요? Toss Impact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토스는 지금까지 다양한 혁신을 만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이 불편해하면서도 ‘원래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이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왔고,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금융의 고질적인 관행을 바꿔왔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수많은 서비스들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편리함이 되었지만, 그 시작점에는 늘 “왜 불편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2015년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는 간편송금이 첫걸음이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기능이지만, 당시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후 토스는 사람들이 신용 점수가 떨어질까봐 두려워했던 신용점수 조회를 쉽고 안전한 경험으로 바꾸었고, 며칠씩 복잡하게 비교해야 했던 대출도 토스가 대신 찾아주는 방식으로 재정의했습니다. 365일 24시간 고객센터, 보험 보장분석리포트, 무료 송금, 모바일 주식 거래, 매일 받는 이자까지 말 그대로 금융을 누구나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토스는 더 나은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는데 집착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기존 금융 서비스의 영역을 넘어 일상 자체를 바꿔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금융이 어렵게 느껴지는 모든 이들에게 더 쉬운 길을 열어주고,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던 위험을 자연스럽게 보호하며, 누구나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정말로 세상을 바꾼 토스임팩트

토스는 10년 동안 사회에 끼친 영향과 변화를 한 공간에서 모아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토스임팩트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성취를 자세하게 담은 글과 인물이 행복하게 웃고 있는 순간을 담은 사진으로 구성된 웹페이지가 일반적이죠.

토스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토스임팩트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참신한 브랜드 컬러 변주

토스임팩트 웹사이트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첫 화면의 아름다운 영상입니다. 임팩트의 ‘i’ 글자의 점에서부터 토스 심볼을 닮은 빛의 파동이 화면 전체로 번집니다. 빛이 로고와 슬로건을 지날 때 색이 번지는 색수차 현상 묘사는 현실 세계의 느낌을 더합니다.

토스는 사용자의 불편에 집중해 금융의 기준부터 바꿨습니다. 완성에 가까운 경험을 설계하고도 항상 더 나은 경험에 집착해 왔고, 이제는 금융에서 일상까지 혁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확장을 비즈니스 성취를 퍼즐 조각 혹은 계단처럼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토스는 따뜻한 빛이 확장되는 그래픽으로 영향력의 확산을 표현했습니다.

로고는 ‘임팩트’라는 단어에 걸맞게 두껍고 단단한 서체를 사용했습니다. 토스 심볼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인상적인데,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이번 프로젝트가 가진 목적과 가치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toss와 impact의 서체의 굵기 대비는 ‘임팩트’라는 개념의 힘과 무게감을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전체 색감도 눈에 띕니다. 토스의 시그니처 색인 파란색을 중심으로 하되, 곳곳에 햇살처럼 따뜻한 색을 더해 화면의 온도를 중화했습니다. 한색과 난색이 부드럽게 섞이면서 포용적이고 따뜻한 영향력이라는 메시지가 더 강하게 전달됩니다.

UI에서 정보를 구분하는 경계의 시각 대비를 최소화해 시선이 부드럽게 흐릅니다. 특히 UI 카드 내부의 독특한 그라데이션은 화면의 무게 중심을 왼쪽 제목에서 오른쪽 콘텐츠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따뜻한 빛을 머금은 듯한 질감과 색감을 담고 있어, 기능적인 설명을 넘어 감정적인 공감대를 만들어냅니다.

감정을 전하는 공감각적 이미지

토스는 토스임팩트의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캠페인으로 뮤직비디오를 선택했습니다.

뮤직비디오 ‘Spectrum’은 토스가 만들 미래를 보여주는 대신 모두가 꿈꾸는 미래를 담았습니다. 인디 씬에서 주목 받는 밴드 아도이와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이 있는 16팀의 비주얼 아티스트가 참여했습니다. 각자 개성이 강한만큼 수작업, 2D, 3D, AI, 실사 촬영, 스톱모션 클레이, 믹스드 미디어까지 표현 방식의 한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어떠한 설명 없이 음악과 이미지로 감각과 느낌을 전합니다. 파란색이 중심이지만 화면 전체를 지배하지 않고, 각 아티스트의 고유한 톤 앤 무드가 담겨 있어 아트 무비 같은 인상을 줍니다. 이질적이지만 충돌하지 않는 조합은 각기 다른 미래의 상상이 하나로 꿈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음악과 영상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방법입니다. 토스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직접 설명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탁월하게 표현하는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모두의 꿈을 표현했습니다. 정량적인 수치로 자신을 증명하는데 집중하기보다 모두의 꿈을 포용하면서 조화롭게 연결하려는 마음을 뮤직비디오로 표현한 것이죠.

토스가 묻는 ‘당신이 살고 싶은 미래’

브랜드가 메시지를 전달할 때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브랜드 정체성의 균형입니다. 브랜드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약하면 커뮤니케이션이 분절되어 오디언스가 혼란스러울 수 있고, 반대로 브랜드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하고 싶은 말만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금세 지루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성취를 공개하는 프로젝트에서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그래픽 요소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관성이 강하게 작동합니다. 자연스레 브랜드 ‘색’과 ‘형태’에 더 의존하고, 결국 새로운 메시지가 브랜드 장식 속에 묻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토스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 관성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토스답게 반복적인 패턴을 답습하지 않고,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맞춰 전혀 다른 관점으로 디자인했습니다.

토스를 상징하는 그래픽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 보입니다. ‘미래’, ‘꿈’, ‘마음’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한 흔적이 드러납니다.특히 토스의 주요 컬러인 블루를 해치지 않으면서 따뜻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라데이션을 부드럽게 풀어낸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자칫 브랜드 고유색을 더 차갑게 만들 수 있는데, 대표색의 채도와 명도를 섬세하게 조절하고 그보다 연한 난색을 함께 사용해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메시지와 시각적 표현이 조화를 이루는 좋은 사례입니다.

토스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가 아니라 모두의 미래를 꿈꾸며, 그 비전을 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해왔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앞으로 토스가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박종민
프리랜서에서 유니콘급 스타트업 헤드 오브 디자인까지. 18년 넘게 브랜드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며 임팩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나침반 CEO이자 편집장으로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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