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2022년 가을부터 그래픽 아트와 첨단 보안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여권을 발급했습니다. 스위스 연방 경찰청과 제네바 기반 디자인 스튜디오 RETINAA가 설계한 여권은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위조 방지를 위한 다양한 보안 기능을 갖췄습니다.
새로운 여권은 전통적인 지도 제작 기법을 재해석하여 스위스의 산맥과 계곡, 문화유산을 3D 모델링 기법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페이지마다 알프스 정상에서 계곡을 따라 스위스 26개 주를 지나 세계로 이어지는 여정을 묘사했습니다. 첫 페이지에는 스위스 여러 언어권의 경계에 위치한 생고타르드 산맥의 피초 로톤도 봉우리가 그려졌으며 자외선(UV) 빛을 비추면 등고선이 나타나 지형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스위스는 유럽의 ‘물탑’이라 불릴 만큼 1500개 이상의 호수와 수많은 강, 빙하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 식수 자원의 6%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수자원은 스위스의 지형을 형성하고 신재생 에너지 생산의 중요한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RETINAA는 물의 흐름을 따라가는 개념을 바탕으로, 여권을 통해 알프스에서 출발해 26개 주를 지나 세계로 이어지는 상징적인 여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여권 내부 표지에는 스위스의 물을 중심으로 한 지도가 삽입됐으며, 각 페이지에는 자외선 빛에 반응하여 드러나는 등고선과 건축물 랜드마크가 담겼습니다. 스위스 전통 광물인 수정이 3D로 나타나는 워터마크도 추가되었습니다.
RETINAA는 이번 디자인이 단순한 신분 증명서가 아닌 스위스 정체성을 담은 상징적인 작품이자 국제 사회에서 스위스를 대표하는 요소가 되길 바랐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공동 설립자 칼 길혼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르네상스 시대 알프스 판화, 18세기 풍경화, 광물학 자료 등을 연구하고, 스위스 연방 지형정보청(swisstopo)과 협력하여 정밀한 지형 데이터를 활용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스위스의 유명 지도 제작자인 에두아르트 임호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완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