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시각 정체성

스마트폰 혁신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터페이스는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텍스트 기반의 챗봇 UI가 원래 있었지만 맥락을 이해하고 소통하기보다 정해진 질문으로 유도하는 경향이 있죠. 다양한 질문을 하기 어렵고 기계가 답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OpenAI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소개했습니다. 압도적인 AI 생성 기술로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죠. 상호작용 과정에서 정말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생략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서비스의 디자인 문법은 간결합니다. 최대한 기술적인 인상을 줄이고 도구의 근원적인 행동 자체에 집중합니다. 인간적인 허술함과 무작위성을 디자인에서도 담기 위해 노력합니다.

기술 브랜딩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서비스종류)GPT와 검은 원을 결합합니다. 챗봇 서비스는 ChatGPT, 검색 서비스는 SearchGPT라고 표현합니다.
서체로만 기술을 표현하고 뒤에 숫자로 버전을 표기합니다. 기술적 성취가 시장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숫자 외에 Turbo, o 등의 새로운 수식어를 붙입니다. 글, 이미지, 영상 등 생성물에 따라 표현법을 나누지 않습니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입니다. 사전 훈련된 생성형 트랜스포머로 기계 번역을 위한 언어 모델을 뜻합니다. 이미지를 생성하는 DALL-E는 살바도르 달리와 월E를 조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을 생성하는 Sora는 무한한 창의성을 표현하기 위해 일본어 ‘하늘’에서 따왔습니다.

기술 인프라로서 API를 사용할 때 붙일 수 있는 ‘Powered by OpenAI’ 뱃지도 제공합니다.

글꼴

보편적인 인상의 서체 Soehen를 씁니다. 뉴질랜드의 폰트 파운드리 클림 타입 파운드리(Klim Type Foundry)가 2019년 만든 4가지 자족의 64가지 스타일의 글꼴입니다. 현대적인 산세리프 서체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1898년 등장한 악치덴츠-그로테스크(Akzidenz-Grotesk)를 기념해 만든 서체입니다. 비슷한 계열인 뉴욕 시 지하철의 길찾기 시스템인 유니마크Unimark)에 사용된 ‘스탠다드 미디엄(Standard Medium)’에서 영감 받았습니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재에서 쓰이는 서체를 사용해 브랜드와 서비스가 공적인 느낌을 주고 상업적 서비스의 인상을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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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기술과 결과물로 마케팅합니다. 기술 발표 세션에서는 조명과 시퀀스로 연출하지 않은 직원 시연 영상을 사용합니다. 일상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 같은 촬영으로 무해한 인상을 줍니다. 더불어 ‘샘 알트먼’이라는 아이콘을 내세워 CEO 마케팅을 주로 전개합니다.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와 동급인 것으로 표현해 순식간에 AI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그래픽

AI로 만든 이미지는 세부 묘사가 많고 대비가 강합니다. 전경과 후경까지 초점을 잡는 경우가 많고 대상의 외곽선이 느껴질 정도로 빛과 어둠의 대비가 강합니다. 낱개 요소가 드러나서 여러 그래픽 요소를 오려 붙인 꼴라쥬 같은 인상이 느껴집니다. 동영상에서도 여러 개념적 레이어가 하나로 합쳐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회사와 관련된 이미지는 AI를 이용해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래픽을 사용합니다. 특정한 소재를 묘사하지 않고 붓으로 그린 추상화 같은 그래픽을 사용합니다. 제품 내부에 쓰이는 요소는 식별을 돕는 둥글고 연한 색의 아이콘만 사용합니다.

UX

대화형 사용자 인터페이스

글을 입력하고 답을 받는 인터페이스입니다.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다른 형태로 대화형 사용자 인터페이스(conversational user interface, CUI)라고도 부릅니다. 누구나 대화를 할 수 있고 글로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UI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채팅봇이 익숙한 사례입니다. 고객이 문제를 겪을 때 전화나 이메일로 상담하는 경험을 소프트웨어로 만들었습니다. 처리해야 하는 많은 양의 상담을 사람 대신 인공지능 챗봇이 해결하죠. 이러한 고객 상담 외에도 재미를 위해 봇과 채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2년부터 서비스한 ‘심심이’라는 인공지능 대화 엔진이 유명합니다.

과거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의 맥락을 자세하게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에는 괴상한 번역체로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문제만 해결할 수 있었고 키워드 검색에서 조금 나은 수준이었죠.

가장 큰 허들은 사람의 말, 즉 자연어를 해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기계를 코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했고 숨겨진 의미까지 추론할 수 있어야 했죠.

인간처럼 이해하고 말하는 기계

OpenAI의 ChatGPT는 AI 기술을 이용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습니다. 제대로 된 대답도 하죠. 문장 자체의 맥락 뿐만 아니라 앞뒤로 숨겨진 함의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말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고 이제 이미지와 텍스트와 같은 고맥락 정보도 ChatGPT가 이해하죠.

복잡하게 어지러워진 엑셀 데이터 기반으로 표 짜기, 100페이지 논문 요약하기, 유화 텍스쳐로 그림 그리기 등 코드로 짜기 어려운 과업을 탁월하게 수행합니다.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을 이제 기계가 만들 수 있게 되었죠. 

매번 고민해야 하는 텍스트

원하는 정보를 얻기까지 과정이 선형입니다. 순서대로 과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전 단계로 돌아가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중간 단계를 건너 뛰기 어렵습니다. 전체 구조를 파악해 특정 지점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죠.

답이 바로 나온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죠. 적합하지 않은 질문으로 인해 바로 답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질문을 다듬고 답변을 주고 받다보면 어느새 상당한 시간을 쓰기 일쑤죠.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기 떄문에 답변의 품질을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면 또 세부 조정이 필요해지죠. 아직까지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투자해야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은 편입니다.

AI 스피커처럼 손을 쓰지 않고 단순한 명령을 내릴 때 유용한데 손가락을 쓰는 상황에서는 그냥 버튼으로 클릭하는 GUI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캔버스

24년 10월 4일. OpenAI가 글과 코드를 쓸 때 유용한 새로운 인터페이스 캔버스(Canvas)를 발표했습니다.

ChatGPT와 특정 문서를 중심으로 함께 편집하는 경험의 기능입니다. ChatGPT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캔버스가 열립니다. 프롬프트에 캔버스 사용을 써서 열 수도 있습니다. 캔버스가 열리면 편집 문서가 오른쪽에 등장합니다.

마치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단축키 목록이 있어 편집, 길이 조정, 다듬기, 이모지 추가, 독서 수준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코드를 작성할 때는 그에 적합한 단축키 목록이 뜹니다. 코드 리뷰, 로그 추가, 주석 추가, 버그 수정, 코멘트 달기, 언어 포팅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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