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에 대하여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법을 찾습니다.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제일 좋지만 실패할 여유는 없습니다.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찾습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정보를 수집합니다. 몇년 전부터 큰 관심을 받은 스타트업 씬은 생존을 위해 국내외 업계 소식을 빠르게 탐색하고 흡수했습니다. 이전보다 정보는 훨씬 빠르고 투명하게 업계 전체에 전파되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 가장 앞에서 IT 씬을 이끄는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회사, 서비스, 브랜드 를 성공으로 이끄는 다양한 방법론을 배웠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크게 성공한 한국 회사도 늘어나면서 배움은 더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멋진 해결법을 따라하다보면 ‘이게 나한테 맞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조금만 더 깊게 파고들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상하게 나는 잘 실행한 것 같은데 장점은 작고 단점만 커질 때도 있습니다.

그건 아마 성공한 경우에는 해결법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상황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다양한 도전 중에 어떤 것이 실제로 효과를 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내게 맞게 어떻게 모방할 수 있을까요?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해야할 것입니다. 내가 해결하려는 본질적인 문제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별로 내가 얻어야 하는 결과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훨씬 빠르게 변할 것입니다.

변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해야할 것입니다. 변하는 것인 해결법의 이름이나 규칙에 얾매일수록 본질에서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람이 10년 전에 정한 방법론의 규칙을 지키느라 본질에서 멀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멋진 이론을 멋지게 실행하고 있는 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타인의 오래된 정의와 규칙을 따르기보다 내가 풀어야 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방법론을 빨리 잘 실행하는 것보다 얼마나 탁월하게 내 문제를 해결할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더 성공할 확률을 높여줄 것입니다.

부정적인 태도에 대하여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키거나”

테드 터너 CNN 창립자

스타트업은 성장하지 못하면 소멸하는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조금 나아지는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대담한 도전과 빠른 실행으로 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담하고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명확한 근거나 보장된 결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을 위해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닥치는대로 증거를 수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보를 수집해도 100%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때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위험한 것은 부정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결과가 모호할 때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할수록 성공 가능성은 점점 멀어집니다. 무조건 최고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고 도전해도 고객에게 외면받는데 나 스스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결과는 뻔하죠.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실패를 보류하는데 집중합니다. 공동의 성공을 위해 꼭 풀어야할 문제보다 자신의 안정을 위한 행동을 하죠.

첫번째 특징은 최대한 일의 진행이 늦어지게 합니다. 일 자체를 멈출 경우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최대한 느리게 한다’는 전략을 취합니다. 회의 규모를 키우거나 횟수를 늘리고 핵심에서 벗어난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조명합니다. 회의를 할 때는 핵심 문제에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단어의 적절함이나 작은 틈을 크게 부각해 길게 논의합니다.

두번째 특징은 외부로부터 원인을 찾습니다. 나로부터 원인을 찾으면 내가 행동해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외부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최대한 내가 움직이지 않도록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문제를 부각합니다. 주로 같이 일하는 동료, 일하는 방식, 협업 부서, 회사 구조, 시장 상황 등을 근거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습니다.

세번째 특징은 부정적인 태도를 퍼뜨립니다. 어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보다 문제가 문제임을 부각하는 것으로 끝냅니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하는 높은 결과와 예측되는 장애물이 활발하게 논의되어 해결책을 찾아야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면 높은 결과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예측되는 장애물만을 부각합니다. 모호한 상태에서 새로운 희망보다 익숙한 절망을 퍼뜨리죠.

만약 리더가 이런 태도라면 담당하는 조직 전체가 그대로 따라가죠. 저 역시 회사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때가 있었는데, 보통은 회사와 상사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을 때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태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이 사람은 왜 부정적이게 되었을까?”, “진짜 이유가 뭘까?”, “정당한 이유일까?”를 질문해야할 것입니다. 조직이나 개인 각자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이 현상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함께 냉정하게 분석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창의성에 대하여

요즘은 창의성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기억 속에 각인되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은 필수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입니다. 자금, 인력, 시간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곳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전에 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면 기억 속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 동일한 상황에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면 당연히 더 풍부한 자원을 가진 사람이 승리할 것입니다.

창의성은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관점으로 도전하는 데서 탄생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꿰뚫고 있다면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성공하는 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어떤 변수가 가장 큰 결과를 만들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놀라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런 방법이 바로 창의적인 것이겠죠. 창의성의 조건은 무엇인지 떠올려 봤습니다.

맥락이 있는 풍부한 경험

경험은 창의성이 자랄 수 있게 돕는 물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아무 물이나 준다고 식물이 크게 성장하지는 않죠. 같은 것을 반복한 경험이나 무조건 새롭기만 한 경험이 창의적인 사고를 만들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떤 경험을 하든 그 속에 숨겨진 맥락을 발견하고, 내 방식으로 정리하고 받아들여야 진정한 의미로 나의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저 흘러간 경험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

경험을 바탕으로 무럭무럭 자라 뿌리가 깊은 사람은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험을 많이 하다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가능성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내가 바라보는 관점이 커질수록 ‘원래’ ‘반드시’ 와 같이 이유 없이 그래야만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창의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유연함은 필수적일 것입니다.

없는 것을 떠올리는 상상력

보이는 것만 생각할 수 있다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해보지 않고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이 능력은 어찌보면 인간의 위대한 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요소들을 합친다는 것이 기존에 없던 것을 예측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창의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완벽함에 대하여

완벽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에게 완벽이란 어긋남 없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뜻할 것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디자인에서 장인 정신은 빼놓을 수 없죠. 장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의 한계까지 도전해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합니다. 끊임없이 도전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보이는 그 순간, 지금까지 누구도 보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모든 장인에게 자신만의 ‘완벽’이 있을 것입니다. 완벽이란 무엇일까요?

IT 스타트업계에서 ‘완벽’이라는 단어는 금기입니다. 완벽함보다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는 구호는 누구나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실패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크게 성공할 방법을 선택합니다. 더 많이 시도하기 위해 무엇을 하든 작고 빠르게 움직이죠. 전 세계 여러 스타트업이 이런 방식으로 좋은 성공 사례를 만들었고 한국에서도 표준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효율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대충 만드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시간과 돈은 언제나 부족하기 때문에 한계에 직면합니다. 한계 상황에서는 높은 기준의 완벽한 경험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적당히 지나가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이 정도로 된 거 아니야?’라고. ‘이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회사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훔쳐야 합니다. 그 정도로 고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요? 스스로 매일 물어봅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온전히 제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완벽을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더라도 내가 책임을 지고 기여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다른 이유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언가 잘못된 상황일 것입니다.

모든 결과물에는 만드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다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요구받는 것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이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경험을 전하는 것. 높은 기준으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고를 만들어 내는 것만이 우리 디자이너가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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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돈

돈을 많이 버는 법을 생각합니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상하기 힘든 꿈을 꿀수록 필요한 돈도 상상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본주의를 깊게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이 번쩍 트였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와이프와 함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에서는 사업을 하거나 투자할 때의 원리에 대해 짧게 설명하고, 자신의 굵직한 성과를 시간순으로 공유하고,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방법에 대해 정리해줬습니다. 자산을 늘리기 위한 자신만의 프레임워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이 이룰 수 있는 여러 성공 중에 특히 1,000억원 이상의 ‘큰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흘려보내기 아까워 수업 이후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돈의 의미

그 어떤 원대한 뜻과 강인한 의지가 있어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

나만 하루를 48시간일 수 없습니다. 시간 그 자체는 내가 노력한다고 바꿀 수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된 24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눈 떠지는 대로 아침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하는 것은 모두의 꿈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쓸 것입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돈이 해결되었을 때 비로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돈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듭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기술, 타인의 소유물, 타인의 인맥, 타인의 시간 등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가치를 빌려 쓸 수 있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혼자서 시간을 들여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돈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입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시장

경험을 설계할 때 사용자의 맥락이 가장 중요하다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디자이너인 나의 시장은 채용 시장일 것입니다. 이 시장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이 시장 안에서 나는 어느 정도 팔릴까? 채용 시장에서 디자이너에게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시장의 크기가 될 것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가 만드는 디자인이 팔리는 시장이 크거나, 내가 제공하는 디자인이 대체 불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품을 앞으로 반복해서 계속 사용할지에 따라 성장의 한계가 정해집니다. 시장 크기가 커서 차지할 영역이 있던가, 시장에서 오직 나만이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것이 성공에 가까울 것입니다.

돈 낼 만큼의 가치 만들기

경험을 설계할 때 이전보다 더 나은 경험을 전달해야 하듯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치가 더해져야 합니다. 디자이너라면 고객이 서비스나 제품을 선택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디자인이 회사에 제공하는 가치일 것입니다. 그것은 간편한 제품 사용성이 될 수도 있고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그래픽 디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회사 관점으로는 고객이 돈을 지불할 만큼의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생각하는 가치가 아니라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가 중요합니다. 고객이 지불한 돈보다 나은 가치가 없다면 절대로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비용은 줄이고 가치를 더하는 가치 사슬

경험을 설계할 때 사용자가 불편해하는 단계를 찾아 해소해주듯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치 사슬의 단계를 알아야 합니다. 디자이너에게 가치 사슬은 디자인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내가 디자인하는 데 들이는 노력을 줄이기 위해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기도 하고, 이전보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 기법을 사용하는 도전을 하기도 합니다.

회사 관점으로는 가치 사슬은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에 부가가치가 창출하는 것입니다. 각 단계에서 지금 가진 자원을 바탕으로 비교우위로 제공할 기회를 찾는 것입니다. 원자재를 가공할 때, 가공품을 판매할 때, 가공품을 운반할 때 등 단계별로 이전과는 다른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해야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마무리

사업이랑 투자 얘기가 거기서 거기 아니야?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들었었는데 새로운 관점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잘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길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새로운 길을 찾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내가 세운 목표가 이뤄지길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으로 가는 것에만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 외의 자료나 학습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데 비즈니스 수업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디자인 업계에서도 비즈니스와 돈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지면 좋겠단 생각도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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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하는 일

긴 시간 함께 했던 곳을 떠났습니다. 의미 있는 3번째 회사였습니다.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낸 기억이 빠르게 스쳤습니다.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한 충돌, 그 안에서도 잃지 않는 서로에 대한 존중, 그리고 감사히 얻을 수 있었던 고객의 선택. 함께 꾸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의 팀이 되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존경스러운 동료들께 감사의 말을 더 깊게 전하고 싶었지만, 막상 떠날 때는 부끄러움이 많아 애써 농담 같은 말을 했네요.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며 달리다 멈추니 ‘나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직장, 직무, 직책이 아니라 ‘일’ 그 자체에 대해서 말이죠. 나 혼자 보고 듣고 말하고 만들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다양한 사람, 조직과 상호작용해 세상에 더 의미 있는 흔적을 만드는 것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멋진 흔적이란 무엇일까요? 흔적만 남길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이전에 오로지 의미 있는 변화만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목표에 내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정말 의미 있는 변화인지 생각했습니다. 멋진 미사여구로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닐지 의심했습니다. 나는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 걸까요?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요? 사람들과 어떤 일을 어떻게 할 때 행복한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일

우리 가족은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아버지는 목공, 어머니는 건축, 누나는 그림과 노래를 좋아해요. 부모님께서는 몇 해 전 꿈꿨던 한옥 스테이를 만드셨습니다. 부모님께서 단순히 쥐어진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이뤄가는 모습이 항상 존경스러웠죠. 어느 정도 건축이 마무리되어갈 때쯤, 나름 디자이너인 제가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경주 남산 아래 새벽 운무가 깔린 한옥을 보니 시끄러운 것들을 잠시 내려 두고 조용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름이 되어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운정루’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오랜만에 경주로 내려가 구름이 되어 쉬었습니다. 이 좋은 공간을 더 잘 전할 수 있겠단 생각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침 새 카메라를 장만해 세상 모든 것이 피사체처럼 보였는데 잘 됐다고 생각했죠. 하나씩 찍다 보니 하나하나 정말 신경 써서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챙기는 습관은 부모님께 배웠구나 싶었습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가족과 같이 만드니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방문하세요.

나와 함께 하는 일

여정을 마무리하고 다음을 준비하는데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는 아주 달랐습니다. 생각보다 못났고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반복되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리듬으로 나를 보니 신선했습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객체화됐습니다. ‘나’는 온종일 디자인과 연관된 무언가를 만듭니다. 아침에는 좋은 디자인 콘텐츠를 찾고, 낮에는 무언가를 디자인하고, 밤에는 디자인과 관련된 글을 씁니다. 누군가 묻는다면 매번 같은 답을 합니다.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디자인하고 싶다고.

회사, 가족들과의 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매일 디자인만 하는 ‘나’와 함께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긴 호흡으로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운 좋게도 의지할 수 있는 동료이자 가르침을 주는 스승인 배우자와 함께 떠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모여 ‘지금 여행을 떠나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타이밍입니다. 세상에 멋진 흔적을 둘러보고 ‘나’와는 어떤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 합니다. 응원해주세요!

내일 파리로 떠납니다. 여행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려 합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지켜봐 주세요. (와이프 계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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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끝나갑니다. 모두를 힘겹게 한 코로나는 끝나질 않네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여행 회사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개인, 팀, 조직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편안한 이불 밖이 무서운 내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소극적인 면이 많았는데 올해는 자주 이불 밖으로 나섰습니다. 의외로 세상은 안전했고 재밌었습니다. 이전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성장에 맛을 들이니 가속도가 붙었던 것 같습니다. 익숙한 주제인 디자인과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범위를 벗어나 더 큰 관점을 얻을 수도 있었고요. 기반이 단단해지고 시야가 넓어진 한 해였습니다.

계속 읽기 “생각보다 이불 밖은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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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읽기 “성장 변곡점과 또렷해진 목표”

파편화된 디자이너의 미래

디자인은 예술과 산업의 사이에 있습니다. 작가에 가까운 스타 디자이너와 분업화된 노동자에 가까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죠. 일단 만들고 보는 사람들인 우리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제네럴리스트로써 나의 메시지를 상황마다 적합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거나 스페셜리스트로써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표현을 해보고도 싶습니다. 이 고민은 아마 평생 동안 따라다니겠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파편화는 자연스러운 방향일 것입니다. 문화와 산업의 형태에 따라 우리 디자이너의 환경은 계속해서 변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적응하면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면서 나의 아이디어와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겠죠. 회사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도, 개인 브랜드로써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파는 것도. 디자이너가 디자인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전파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매개체를 만들어서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부자가 아닌 이상 산업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대 산업에서는 UX와 BX의 온오프라인 경험 설계가 중요한데 여기에 더해 속도가 정말 중요한 시대입니다. 누가 언제 먼저 아이디어를 선점할지 모르기 때문에 정말 빠르게 만들어야 하죠. 개인보다 팀이 속도가 빠른 것은 당연할 것이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스타 디자이너의 디자인 파워에서 팀의 디자인 파워로 옮겨갈 것입니다. 스타 디자이너 개인의 메시지와 아이디어로 시장이 움직였다면 현재는 특정 서비스의 디자인 메시지와 아이디어가 시장을 움직일 것이고요. 물론 그 속에서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써 뛰어난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나의 디자인, 나의 우주정거장

종종 왜 그렇게 글을 열심히 쓰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 반응은 괜찮은지, 퇴근하고 그런 거 할 에너지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냐고 물어볼 때도 있고요. 스스로도 신기합니다. 가끔은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오늘은 어떤 것을 써볼까’ 하는 생각에 설렐 때도 있습니다. 글쓰기가 설레다니… 언제부터 이랬나 싶습니다.

계속 읽기 “나의 디자인, 나의 우주정거장”